전쟁같은 월드컵축구 유치경쟁… 아프리카 시끌벅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2010년 월드컵축구대회는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 개최될까.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을 한 번도 개최하지 못한 아프리카대륙을 2010년 개최지로 잠정결정하면서 개최 신청국들 간에 경쟁이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5월 말 아프리카 축구의 '종주국' 이집트가 FIFA에 유치 신청서를 낸 후 리비아.모로코.튀니지.나이지리아.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치전에 가세했다.

이를 둘러싼 불협화음도 벌써 이곳의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이집트의 시사주간 루즈 알유스프는 "아랍권 내 월드컵 개최 노력이 '선의의 경쟁'에서 '치졸한 전쟁'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불거져 나온 마찰은 모로코가 진원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왕세자가 카사블랑카를 방문해 모로코의 월드컵 유치 지원을 약속했다는 보도가 나와 다른 아랍3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모로코 축구협회는 압둘라 왕세자가 내년 5월로 예정된 FIFA 최종 표결에서 아랍과 아시아의 이슬람 국가 지지표를 모아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의 입장과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아랍축구연맹의 회장이 사우디의 술탄왕자인 데다 아시아 축구계에 미치는 사우디의 영향력 때문.

이집트는 '사우디의 모로코 지원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발했으나 이집트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던 리비아가 튀니지와 함께 공동유치 신청서를 내면서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

오히려 양국은 이집트에 대해 유치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집트는 이 같은 상황이 아랍권 표의 분산을 가져와 남아공에만 유리하게 된다며 아랍연맹에 개최지 단일화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나 아랍연맹의 조정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월드컵 유치로 인한 국제적 지위 향상과 관광객 유치 등 정치.경제적 부수효과를 미리 포기하는 국가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