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해병대원의 목숨을 헤아리지 않은 청와대의 황당한 논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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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해병대 상륙기동헬기인 마린온 사고에 대한 청와대 논평이 황당하다. 사고 순간 동영상을 보면 헬기가 이륙한 지 4~5초 만에 주회전날개 4개 중 1개가 떨어져 나갔고, 곧바로 나머지 3개도 축과 함께 통째로 분리됐다. 2009년 스코틀랜드, 2016년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수퍼 퓨마(마린온의 원조 모델) 추락사고와 유사한 형태다. 두 사고 모두 비행 중 주회전날개가 이탈하면서 발생했다. 주회전날개에 동력을 전달하는 기어가 피로균열로 부서진 게 직접적 원인이었다

이번 사고 원인으로 헬기의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이유다. 특히 마린온은 수리온 헬기를 상륙함에 실을 수 있도록 회전날개를 접게끔 개량한 것이다. 회전날개에 이상이 생길 여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제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수리온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기체 결함 가능성을 배제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렇다면 사고 원인은 조종사 실수나 정비 불량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정비 후 시험비행 중 목숨을 잃은 해병대원과 그 유족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정확한 사고 원인을 찾아내 성능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자세도 아니다. 아무리 수리온 수출 계약을 목전에 둔 상황이라 해도 당장 그 헬기를 타고 기동훈련을 해야 하는 해병대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돈벌이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러니 유족들이 중립적인 사고조사위 구성과 사고현장 공개를 촉구하며 “협의가 안 되면 장례식을 치르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서지 않았는가. 그러잖아도 헬기 제작과 정비를 담당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임명 당시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컸던 데다 새 사장이 온 뒤 수리온 제작에 관여했던 기술자가 많이 빠져나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정부는 당연히 마린온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하며 조사에 어떤 성역을 둬서도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