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가의 막중한 책임 일깨운 세월호 배상 판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단원고 학생 가족의 경우 한 가정당 배상액이 6억원대로 결정됐다. 희생자 118명의 가족 357명은 세월호 특별법에 의해 국가가 지급한 보상금을 받지 않고 소송을 냈다. 유족들이 “국가가 잘못한 부분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힘에 따라 재판은 다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원이 세월호 선주사뿐 아니라 국가의 책임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

법원은 사고 현장에 출동했던 해경 소속 123정 정장 김경일씨의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를 국가 배상의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신속하게 승객들에 대한 퇴선 조치를 실시하여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으나 퇴선을 유도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은 김씨에 대한 유죄(과실치사) 판결을 확정해 그는 3년간 수형생활을 했다. 공개된 당시 현장 자료를 보면 김씨는 세월호 내부 상황은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해경 간부들과의 전화통화로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 바람에 초기 구조작업에 혼란이 빚어졌다. 재판부는 공무원인 김씨에게 부여된 임무가 이행되지 못한 것에 국가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국가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다. 김씨의 과실을 국가 차원의 문제로 보는 것은 과도한 비약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신속하고 정확한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않았고, 현장 지휘관이 적절한 대응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점점 잊혀 가는 세월호 비극의 교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