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가라앉는 경제지표, 차갑게 식는 국정 지지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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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61.7%로 떨어졌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16~18일 전국 성인남녀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전주보다 6.4%포인트 하락했다. 올 1월 4주차 조사 때(60.48%) 이후 가장 낮다.

대통령 지지율 6.4%포인트 급락 #소득 주도 성장에 등 돌리는 신호 #과감한 규제완화, 노동 개혁해야

지지율 급락의 원인은 여럿이다. 리얼미터 측은 “지지부진한 북·미 협상 속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의 반발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경제적 요인이다. 전주 대비 자영업자의 지지율 하락 폭이 12.2%포인트에 달했다.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린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중도층이 등을 돌린다는 신호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 혁신성장을 외쳤고 일자리 정부를 자임했다. 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9%로 주저앉았다. 신규 일자리도 월평균 14만 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성장 엔진은 식고, 그 결과 일자리 창출은 힘겨워졌다.

지금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재정지출을 늘리는 단기 처방 위주다. 나랏돈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꾀하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런 판국에 진보 진영에선 재정을 더 공격적으로 퍼부어야 하고, 이를 위해 세금을 더 거둬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경기가 가라앉는 국면에선 감세가 답이지 증세는 자살골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일부 교수와 시민활동가들은 소득 주도 성장의 추진 속도가 느리다며 더 과감한 실천을 요구했다. 이는 잘못된 진단에 따른 엉뚱한 주문이다. 성장을 해야 기업이나 개인 등 경제 주체의 소득이 늘어난다. 나랏돈을 동원해 소득을 높이면 성장이 이뤄진다는 생각은 말이 마차 앞에 있는 게 아니라 마차 뒤에 있는 꼴이다.

오히려 지금은 과감하게 정책 방향을 돌려야 할 때다. 소득 주도 성장을 무모하게 고집하면 그 부작용으로 인해 국정 지지율은 더 곤두박질치고, 나라와 국민도 불행해질 수 있다. 이제라도 과감한 규제 완화와 유연한 노동개혁 쪽으로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투자하고 그 결과 일자리가 생기며,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의 소득이 는다.

그런 점에서 어제 문 대통령이 의료기기 산업 규제혁신 현장을 찾아 혁신성장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다짐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통령은 “의료기기 산업의 낡은 관행과 제도,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는 게 시작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리는 대통령의 선언이 확실한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노동시장의 개혁도 중요하다. 한국 노동시장은 나빠진 청년 일자리와 대기업 귀족 노조의 철밥통 일자리라는 양극화에 짓눌려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기득권을 내려놓고 양보해야 문제가 풀린다. 이런 개혁을 추진하는 데는 오히려 진보적인 현 정부가 적임자일 수 있다. 독일의 노동개혁인 하르츠도 사회민주당 집권 시절 이뤄졌다. 한때 사회당에 몸담았던 마크롱 대통령은 과감한 노동개혁으로 프랑스 경제를 살려내는 중이다. 현 정부가 참고해야 할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