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 선거 2차 TV 토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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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유권자들은 투표일을 26일 앞두고 실시된 13일 밤의 대통령 후보 텔레비전 토론 등 결승점을 향한 마라톤의 최후역주로 비유한다.
지난달 25일에 이어 이날 두 번째 토론에 나선 공화당의 「조지·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마이클·듀카키스」 후보는 이번에도 세금·재정적자 등 경제문제와 사회복지·교육 등 사회문제 및 핵무기 등 국방문제를 놓고 90분간 격돌했다. 「부시」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재정적자에도 불구, 새로운 세금부과와 인상은 없다고 되풀이 공언했고 「듀카키스」는 적자를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고 반복했다. 국방문제에서 「부시」는 전략 방어 계획 (SDI) 등 전략 무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듀카키스」는 국내 경제문제 해결의 우선을 주장, 미사일보다는 재래무기 개발·현대화를 내세웠다. 지난 1월 예비선거이래 각기 제시해온 정책들과 다를 게 없는 것들이 반복됐다.
상대방에 대한 공격도 1차 토론 때와 흡사했다.
「부시」는 「듀카키스」를 "미국인의 전통가치와 거리가 있는 리버럴" 이라고 낙인찍고 "「듀카키스」는 과연 미 국민과 꿈을 함께 하고있는가"고 말했다. 「듀카기스」도 「부시」를 가리켜 "현상 유지의 사도" 라고 규정하고 「만사 오케이」라는 「부시」의 주장을 공격했다.
이번 토론 내용에 대한 여론 평가는 「부시」의 우세였다.
「듀카키스」에게 이 토론은 비록 격차는 크지 않지만 오래 지속돼온 그간의 열세를 만회하는데 사실상 결정적인 마지막 기회였다.
토론직전 발표된 뉴욕타임스지와 CBS 텔레비전의 여론조사에서 「부시」-「댄·퀘일」지는 「듀카키스」-「로이드·벤슨」 조를 47대 42로 앞서 있었다.
최근까지의 격차 2%가 5%로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말썽 많은 「퀘일」을 떼어버리고 대통령만 선출할 경우 여론조사는 50대 41%로 「부시」 선호를 나타냈다. 물론 「듀카키스」 지지 측은 여론조사의 4% 오차와 선거막판 유동성을 고려할 때 경쟁은 백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지와 ABC 텔레비전이 주 별로 진단한 선거인단은 「부시」가 남부 등 21개 주에서 2백20표를 확보, 당선에 필요한 2백70표에 벌써 육박하고있다.
「듀카키스」는 3개 주와 워싱턴 DC 등의 30표가 고작이었다. 일반 지지에서는 백중하나 선거인단에서는 격차가 크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부시」는 큰 실수 없이 이번 토론을 넘기기만 해도 본전이었지만 「듀카키스」는 토론의 분명한 승리가 꼭 필요한 입장이었다. 「듀카키스」는 그러나 미국이 안고있는 문제점을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변화의 필연성을 납득시키는데 실패했다.
그는 여섯 번이나 "내가 당선되면 중요한 선택을 해야할 일이 많으며, 우리는 그 일을 해낼 수 있으며, 나는 신중한 사람"이란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지 않아도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미 국민의 현실인식은 낙관무드 쪽으로 기울어 「레이건」 에 대한 지지도가 60%에 이른다.
「퀘일」의 감표 요인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티켓이 우세를 지키는 것은 「레이건」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공화당 티켓은 「부시-퀘일-레이건」 3명" 이라고 한 「부시」의 지명 수락 연설은 적절한 지적이다.
「듀카키스」는 자신을 리버럴이고 애국심이 의심되는 인물로 몰아세우는 「부시」에게 강하게 반격하고, 자신이 당선되면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차가운 테크노크래트가 아닌 열정과 인간미의 인물임을 이번 토론에서 증명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였다.
그러나 「듀카키스」가 이 과제를 십분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선거 분위기가 단숨에 영향을 받을지는 두고 볼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부시」-「퀘일」 조 자체가 「약한 후보」 들이라는 근본적인 허점이 있고 특히 「퀘일」의 감표 요인이 생각보다 클 수도 있으며, 예상치 못한 실수와 상황 변화 등의 여지는 앞으로 한달 동안 도처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한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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