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 중국·동남아서 ‘제2의 손흥민’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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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19일 중국 선전 에서 열린 ‘팀 차붐 플러스’ 프로젝트 협약식에 참가한 차범근 전 감독(왼쪽)과 박금철 중정문체 대표. [사진 스포츠 공감]

19일 중국 선전 에서 열린 ‘팀 차붐 플러스’ 프로젝트 협약식에 참가한 차범근 전 감독(왼쪽)과 박금철 중정문체 대표. [사진 스포츠 공감]

“독일 진출할 때 내가 ‘좋은 축구 배워서 후진 양성하겠다’고 했거든요. 그 약속 지키려고 축구 교실을 시작한 거죠. 유소년 키우는 건 내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유소년 육성 프로젝트 출범 #중국 선전서 ‘팀 차붐 플러스’ 회견 #“인판티노 FIFA회장도 돕겠다고 해”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65) 전 국가대표팀 감독 말이다. 그는 1990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차범근 축구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1978년 12월, 한국인 최초로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하면서 후진을 양성하겠다고 자신가 약속했던 그는, 한국에 돌아온 뒤 풀뿌리 축구 보급에 앞장섰다. 축구 교실을 만든 지 햇수로 19년. 차 전 감독은 이제 중국으로 그 범위를 넓혔다. 중국 기업의 투자를 받아 아시아 유소년 육성 프로젝트를 출범시킨 것이다.

차 전 감독은 19일 중국 선전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팀 차붐 플러스’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차범근축구상 제정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차 전 감독은 초등학생 유망주 13명을 독일로 보내 선진 유소년 축구 시스템을 경험하게 했다. ‘팀 차붐 프로젝트’다. 그 프로젝트를 중국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차 전 감독은 “중국은 넓은 국토에 인적자원도 풍부하지만,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못 냈다. 한국·일본과 경쟁하려면 유소년 축구부터 잘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 전 감독은 유소년 육성 프로젝트를 중국 선전에서 시작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그는 월드컵 본선 도중 중도 하차했다. 그는 그해 7월부터 1년 반간 중국 프로축구 선전 핑안을 맡았다. 그는 “당시 선전팀 선수단과 팬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았다. 마음의 빚이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계획들을 언젠간 선전에서 실현해 아시아 축구의 새로운 꽃을 피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팀 차붐 플러스’ 프로젝트에 따라 중국 선전 지역 중학생 23명이 올해 말 독일에 건너가 선진축구를 배운다. 차 전 감독은 이 프로젝트를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국가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어느 한 나라만 잘해선 아시아 축구가 발전할 수 없다. 독일 축구 관계자나 최근 러시아 월드컵 현장에서 만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에게 얘기했더니 흔쾌히 돕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차 전 감독은 이미 면밀하게 준비 중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시티의 주주인 중국 시티그룹 산하의 스포츠문화기업 중정문체가 5년간 ‘팀 차붐 플러스’에 투자할 예정이다. 선전 중심가의 푸티엔 경기장이 ‘팀 차붐 플러스’의 중심이 되고, 외곽 지역에도 축구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옛 제자였던 리웨이펑·샤오자이 등 전 중국 대표선수들도 힘을 보탠다.

‘팀 차붐 플러스’의 최종 목표는 손흥민(26·토트넘) 같은 스타를 아시아 국가마다 적어도 한 명씩 배출하는 것이다. 차 전 감독은 “어려서부터 기본기를 잘 가르치는 등 체계적으로 축구 영재를 키우는 게 중요하다. 그들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월드컵 우승에 도전하는 게 내 꿈”이라고 말했다.

선전(중국)=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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