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토플 공부 아무리 해도 성적이 안 오른다? 그럼, 토플책을 덮어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중1부터 고2까지 영어교과서 다섯 권으로 끝냈습니다." 영어 학습과 관련해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어학원 문턱을 넘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영어 강사만 10여 년을 했다.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영어'란 책을 펴낸 이윤주(48)씨다. 그의 책은 표지가 썩 대중적으로 보이지 않는 책 10권과 테이프 14개로 구성됐다. 그 두께와 분량만큼이나 영어에 대해, 또 학습법에 대해 그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이 관행적으로 택하는 학습법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를 만나 얘기를 들었다.

*** 문법이 수학 공식입니까

몸으로 느껴라

◆ 토플 성적을 올리기 위해 토플책을 본다?=대부분의 학생은 토플 점수를 올리려면 토플책을 봐야 한다고 여긴다. 생활.여행.쓰기 등 영어를 하려고 그것만 열심히 한다. '나는 깊이있는 영어는 필요 없고 여행 다닐 때만 조금 쓰니까 여행 영어만 공부해야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어 자체가 돼야 토플 점수도 올라가는 법이다. 점수가 잘 안 나오는 사람이 토플 공부만 하는 건 병 때문에 몸이 약해져 걷지 못하는데 신발을 사서 신는 격이다.

기본기부터 익혀야 한다. 문법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수학적으로 응용하는 문법이 아닌 체득된 문법이어야 한다. 토플만 공부해선 몸으로 들어오는, 체득하는 과정이 부족하다. 토플용 책을 보지 말라는 게 아니다. '토플시험이 이런 거구나'란 걸 알기 위해선 필요하다. 그러나 기본기가 안 돼 있는데 토플책부터 보고 토플 문제부터 푸는 건 안 된다.

대부분의 학원에서 토플 강좌를 여는데 수요가 있어서 그런 거지, 옳은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 듣기는 되는데 말하기가…

문장을 외워라

◆ 말하기가 어렵다?=말하기도 마찬가지다. 단순한 표현들을 자꾸 반복하다 보면 느낌이 온다. 그게 기본기가 되고 그걸 바탕으로 응용할 수 있게 된다. 흔히 말하기가 어렵다고들 한다. 그렇지 않다. 'I am a boy'라고 쓴 걸 가려놓고 'I am a boy'가 자연스럽게 될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교과서에 있는 말들을 전부 다 할 수 있게 된다. 외국에서 공부(하와이대 경영학석사)하거나 근무해서(홍콩과 룩셈부르크 근무) 영어를 잘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 사실 그렇지 않다. 고교 때, 혹은 대학 때 반복 연습해서 잘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소설책 한 문단을 읽고 눈 감으면 전체 문단이 떠오를 정도였다. 영어를 못하는 사람이 단순한 '프리토킹'을 통해 잘하게 된 예가 별로 없는 건 체계적인 반복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몇 년 산 것만으로 제대로 된 영어를 구사하게 되기 힘들다는 사실, 반면 미국에 가지 않더라도 반복하면서 체계적으로 학습한 사람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 준다.

*** 어, 사전에 왜 'am'이 없지

기본을 익혀라

◆ 어휘 공부를 위해 어휘 책을 본다?=영어를 잘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이해와 숙달이란 두 과정을 순서대로 거쳐야 한다. 'I am a boy(나는 소년입니다)'란 표현을 만난 뒤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위해 하루종일 매달렸던 일이 기억난다. 조그마한 사전을 찾았는데 'am'이 없었다. 한참 뒤적거린 후에야 우연히 'be' 항목에서 'am'을 찾았다. 그때에서야 왜 '나는 소년입니다'인지 이해가 됐다. 그런 걸 일일이 노트에 적었다. 그러곤 완전히 숙달될 때까지 반복 연습했다. 고2 교과서까지 이렇게 했다. 그랬더니 고3 때는 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다 익힌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쳤더니 교과서에 나오는 말을 전부 말하거나 쓰는 게 가능해졌다.

영어엔 기본이란 게 있다. 이를 전부 다 공부해야 한다. 비타민과 마찬가지다. A.B.C를 다 먹어야 하고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 되듯 말이다. 영어를 총체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흔히들 어휘 공부를 한다며 어휘 책을 본다. 교과서에 나오는(기초적인 단어인) 'get'의 용법이나 알고 난 뒤 어휘 책을 펴고 '이상한(어려운)' 단어들을 익히는 건지나 모르겠다. 기본을 읽힌 뒤에야 그 다음으로 갈 수 있다.

*** 발음이 나쁘다는데

정확히 말해라

◆ 제대로 발음도 못 하면서 잘 듣기를 원한다?=흔히들 한국사람의 영어 발음이 나쁘다고 한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볼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viscount'(자작)라는 영어 단어가 있다. 이것을 '비스카운트'라고 읽는 한 아무리 강세 위치를 바꾸고 영어식으로 굴린다고 해도 원어민이 알아듣진 못할 것이다. 이게 나쁜 발음이다. 원 발음은 '바이카운트'다. 'indict(기소하다)'를 '인딕트(원 발음 인다이트)'로, 'conjunctivitis(결막염)'를 '컨정티비티스(컨정티바이티스)'로 읽는 한 그렇다. 발음과 강세 위치까지 정확하게 알고 발음할 수 있어야 그런 단어를 들었을 때 알아들을 수 있다. 엉뚱하게 읽는 단어들이 누적돼 결국 안 들리게 되는 것이다. 길은 사전 속에 있다. 사전엔 발음 기호가 있다. 어떻게 발음하는지 자세한 설명도 있다. 그걸 익히는 것이다. 단어마다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로 숙달해야 한다.

글=고정애 , 사진=김태성 기자

*** 공부 습관만 바꾸면 나도 'OK! ENGLISH'

① 이해가 우선이다.

'I am a student'란 말이 있다면 왜 그렇게 되는지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

② 숙달해야 한다.

'나는 학생이다'만 보고 'I am a student'가 나올 수 있을 때까지 반복연습해야 한다.

③ 개인 노트를 마련하는 게 좋다.

.반복 연습을 위해선 영어와 우리말을 분리 정리한 개인 노트를 마련하는 게 좋다.

.우리말만 보면서 영어를 생각해 내는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

.영영 사전 등서 풍부한 예문도 정리해 두자.

④ 정확한 발음을 훈련하자.

.모든 단어의 발음기호를 적어놓고 영어 녹음이 있다면 그것도 들어가면서 가능한 한 정확한 발음으로, 가능한 한 천천히 그리고 반드시 소리를 내면서 연습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