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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해병대 헬기 사고, 철저히 조사해 재발 막아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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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해병대가 운영하는 마린온 상륙기동헬기가 그제 추락해 해병 장병 5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헬기는 해병대가 지난 1월 처음 도입한 국산 기동헬기로 이날 포항기지에서 정비를 마친 뒤 시험 비행하다 10m 상공에서 추락했다. 이 헬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육군 수리온 헬기를 해병대 상륙작전에 맞게 개조한 것인데 지난해 말 방위사업청에 납품된 신형이다. 해병대가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아직 밝혀지지는 않고 있다.

해병대와 KAI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로터 블레이드(날개) 한 개가 떨어져 나가면서 회전력이 한 곳에 쏠려 구동축까지 부러졌다고 한다. 그래서 날개를 잡고 있는 슬리브라는 장치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사고 현장의 슬리브에는 강한 충격을 받아 움푹 들어간 흔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행 직전 정비에서 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면 헬기 자체에 있었던 결함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부품끼리 충돌로 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어찌 됐든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어제 공개된 사고 동영상을 보면 마린온 헬기는 뜨자마자 프로펠러가 통째로 날아갔다. 정비 불량과 구조적 결함은 물론 방산비리 가능성도 조사해야 한다. 현 정부 역시 항공산업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인사를 KAI 사장으로 임명해 방산업체의 전문성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45년 만에 상륙기동헬기를 확보해 날개를 단 해병대의 전투력이 약화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군사작전에서 전략적인 수단인 해병대의 상륙은 최소의 희생으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만큼 상륙기동헬기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사고를 정확하고 빠르게 수습하되 해병대 전투력 강화에도 소홀함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