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내정자가 "국회는 선출된 국회의원이 주인인데 국회 운영을 주도하지 못하고 객(客) 역할을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20대 국회 후반기를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 사무총장 내정자가 이끌게 되자 정치권에선 "청와대와 균형을 맞춰 줄 인물들"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유 내정자는 "국회 사무총장은 조용히 뒤에서 살림하는 자리"라며 "그런 역할은 정당과 국회의원 몫"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15일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유 전 의원이 가장 먼저 꺼낸 얘기는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은 국회의 특수활동비 지출 문제였다. 임명을 앞두고 최우선 과제로 특활비 지출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의중을 내비쳤다.
- 국회 특활비 지출 내역이 공개되면서 비판이 많았는데
- 연일 특활비로 언론에서 두들겨 맞았지. 고칠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의원들 밥 먹을 때 과연 자기 돈으로 낸다면 저렇게 많이 시켜놓고 남길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자주 들었다. 그렇지만 정보공개청구 대상이 먼저 돼서 매를 먼저 맞는 측면도 분명 있다. 특활비 문제는 국회뿐만 아니라 더 큰 예산을 쓰는 행정부까지 함께 고민하는 게 맞다.
- 어떻게 고쳐나가는 게 바람직한가
- 개선책을 고민 중인데 국회 사무처가 아닌 의원 주도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준은 있다. 의원들이 국회 운영비 사용할 때 대부분 사무처 직원이 가르쳐주는 대로 쓴다. 국회 주인인 의원들이 마치 손님처럼 행동하는 거다. 반면 선진국에선 의원과 보좌진이 국회 운영을 주도하고 사무처는 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 특활비 지출 내역을 사용처 영수증까지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이번 계기로 과거보다 투명하게 고치는 건 분명 필요하다. 그런데 100% 사용처를 공개하는 게 맞는지는 검토를 해봐야 한다. 이를테면 국회의장이 해외 출장 가서 교민들을 만나면 체면 때문에 금일봉을 챙겨주게 된다. 이런 금액들을 일일이 공개하는 게 과연 맞는지 고민이 된다.
문 의장과 유 전 의원은 참여정부 때 각각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으로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한솥밥을 먹었다. 문 의장과 유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청와대와 여권에 종종 직언을 했다. 특히 6·13 지방선거 이후 유 전 의원이 "한국당에서 워낙 개판을 치니까 더불어민주당에서 잘못하는 게 별로 눈에 띄지 않았지 그렇게 민주당이 잘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정치권에선 이 '정치 콤비'가 국회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 20대 국회 전반기는 지나치게 청와대와 행정부에 끌려다녔다는 지적이 많다
- 사실상 전반기 국회는 아무런 기능을 못했지. 대통령 지지율이 높아서 여당은 여기에 편승하고, 야당은 사보타주하는 것 말고는 한 게 없으니까. 국회가 정국을 주도하려면 서로 협치하고 대화를 하는 방법 밖에 없다. 여야가 허구한 날 싸우고만 있으면 행정부가 이끌어갈 수밖에 없지만 여야가 협치하면 절대로 무시할 수가 없다.
- 문희상 의장도 "새 정부 2년차는 국회의 계절이 돼야 한다"면서 협치를 강조했다
- 정말 협치가 시급한 게 지난 국회를 돌이켜봐도 20대처럼 여야가 싸우지는 않았다. 과거엔 여야가 겉으로는 싸워도 일부만 극단적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대화와 상식이 통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때 새누리당 공천 파동을 겪으면서 극단적인 사람들로 물갈이가 된 뒤로 여야 갈등이 심화됐다. 민주당 역시 여당답게 대화를 잘 주도해내지 못한 잘못이 있다.
유 내정자는 16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승인을 받으면 임명된다. 그는 이어지는 현안 관련 질문들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이미 민주당을 탈당해 더 이상의 정치 평론은 부적절하다"며 "앞으로 말을 아낄테니 정치 문제는 젊은 후배들에게 물어보시라"며 말을 마쳤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