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스포츠 얕볼수 없다|88통해본 아시아 3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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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스포츠의 아시아지역 양대 라이벌인 중국·일본은 서울올림픽메달레이스에서 비록 크게 부진했으나 결코 한국이 자만할 수 없는「허 속의 실」이 담겨있다.
중국(5개)·일본(4개) 양국이 서울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수는 모두 합쳐도 한국12개에 3개나 못 미치는 예상 밖의 결과로 각기 자생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당초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 10∼12개로 5∼8위권에는 무난하리라는 것이 자타의 분석이었다.
강세를 보이고 있던 탁구·역도·여자배구·체조·다이빙등 5개 종목은 소련 및 동구권이 도전해 온다해도 그동안의 각종 국제대회 전적으로 우세가 거의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대회초반 믿었던 역도스타「허줘창」(하작강·52㎏급)이 동메달에 그치는 부진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기대종목들에서 잇따른 난조를 거듭, 결국 금5, 은11, 동12개로 11위에 머물렀다.
중국이 금메달을 획득한 종목은 체조남자개인전 뜀틀(러우윈·누운), 여자스프링보드다이빙(가오민·고민), 여자플랫폼다이빙(쉬옌메이·허염매), 탁구 남자복식(천룽찬·진룡찬, 웨이칭광·위청광), 여자단식(천징·진정)등.
당초 10억의 중국인구가 금메달후보로 지목했던 스타 중 탁구 남자 세계랭킹1위인「장자량」(강가량)은 초반 탈락하는 고배를 마셨고 체조의「리닝」(이령)도 남자개인전 마루에서 5위로 메달 권을 벗어나 중국체육계에 충격을 주었다.
또 맹위를 떨쳐오던 여자배구가 소련에 뼈아픈 패배를 당하고 동메달에 머문 것과 86아시안게임 4관왕으로 중국사격의 간판스타인「쉬하이펑」(허해봉)이 남자공기권총에서 구미의 「무명선수돌풍」에 말려 3위로 처진 것도 의외의 타격이었다.
일본도 부진한 성격에 대한 충격은 크다. 일본매스컴은 현행 올림픽출전선수선발방식을 전면 수정하거나 국가스포츠 정책을 뜯어고쳐 기본인식부터 새롭게 하자는「발상의 전환」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스포츠의 퇴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종목은 유도.
LA올림픽과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똑같이 금메달 4개를 따내 종주국의 위세를 떨쳤던 일본유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7개 체급 중 95㎏이상급에서「사이토·히토시」(재등인)가 유일하게 금메달을 따내 종합우승의 자리를 한국(금2)에 내줌으로써 사상 최악의 성적을 나타냈다.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호소카와·신진」(세천중이와 지난해 세계선수권자인「야마모토·요스케」(산본양우)는 모두 구미의 복병들에게 발목을 잡혀 동메달에 그치는「몰락의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일본양국스포츠의 서울에서의 퇴조는 그 내용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결코「한국의 우위」만을 강조할 수 없는 저력이 밑바탕에 깔려있어 한국스포츠에 교훈을 던지고 있다.
한국은 양궁·핸드볼·탁구·유도·레슬링·복싱등 비 기본종목에서 집중적으로 메달을 따낸 반면 육상·수영등 기본종목에서 전멸을 면치못했으나 중국·일본양국은 이들 기본종목에서 메달을 따내거나 그런 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육상(42)·수영(38)은 전체 금메달수의 33%를 차지하는 메달박스일 뿐 아니라 스포츠의 기본 기라는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일본양국의「스포츠저력」은 오히려 한국보다 우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육상에서 여자높이뛰기의 김희선을 제외하고는 모두 예선전에서 하위권으로 탈락하고 수영에서도 예선서 전멸, 투기종목의 괄목할 개가와는 첨예한 양극현상을 빚어 기형적인 양상을 드러냈다.
반면 중국은 육상에서 여자포환던지기의「리메이수」(이매소)가 동메달을 따내는가하면 메달 권은 아니지만 여자마라톤에서「자오유펭」(조지풍)이 5위를 기록하는 등 동양3국 중 가장 단단한 저력을 보였다.
중국은 특히 수영에서 여자다이빙 2개 종목을 석권한 것을 비롯해 여자자유형 50m, 여자자유형1백m, 여자평영2백m와 남자스프링보드다이빙, 남자플랫폼다이빙, 여자스프링보드다이빙 등 6개 종목에서 고루 은메달을 따내 동양의 최대 수영강국으로 부상했다.
일본은 육상에서 비록 노메달에 그쳤지만「나카야마」(중산죽통)가 마라톤에서 4위를 기록했고 수영에서는 경영인 남자배영 1백m에서「스즈키」(영목대지)가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금메달을 획득, 기염을 토했다.
일본수영은 또 수중발레 솔로와 듀엣에서 2개의 동메달을 획득했다. 결국 육상과 수영부문에서 세계상위권 도전을 폭넓게 벌인 이 양국의 스포츠저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2년 뒤 북경아시안게임, 4년 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본종목의 육성이 시급하고 이들 종목의 강한 뒷받침 없이는 중국·일본양국에 추월 당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존재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양3국이 올림픽무대에서 상호치열한 접전을 펼친 탁구·유도 등에서 한국이 중국·일본에 우세를 보인 것은 경기력 만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이번 올림픽 탁구에는 한 NOC에서 단신엔 3명까지만, 복식엔 2개조까지만 출전할 수 있도록 단서를 붙임으로써 두꺼운 선수 층을 자랑하는 중국은 출전제한이라는 상대적 불리를 감수해야 했었다.
또 유도에서도 일본선수는 대부분 유럽선수들에게 패해 부진을 보이긴 했으나 한국선수와의 두 차례 직접대결을 모두 승리함으로써 한국유도는 종합우승에도 불구하고「일본 콤플렉스」를 씻지 못했다.

<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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