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미녀스타 「그리피스」 서울서 "위대한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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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화려한 미녀가 시상대위에서 미국 국가를 따라 부르다 끝내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뛰어난 미적 감각을 보유, 요란한 몸치장에 독특한 유니폼을 착용하며 세계육상계에 새로운 패션선풍을 일으킨 미국여자육상의 간판스타 「플로런스·그리피스·조이너」.
낙천적이고 화사한 이미지로 부각돼있는 그녀가 흘린 뜻밖의 눈물은 국적을 떠나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고 그녀를 응원하던 미국인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한동안 감격에 몸을 떨었다.
「그리피스」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지난해까지 각종 국제대회 1백m에서 전세계 최고기록보유자인 팀동료 「애블린· 애시포드」에게, 동독의 마녀삼총사인 「글라디슈」, 「드렉슬러」, 「괴르」등에게 밀려 「만년 2위」라는 불명예를 지녀오다 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냈으니 감격이 북받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주요국제대회에서 단 한차례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으면서도 외견상으로는 낙천적이고 화사하기만 했던 그녀가 내심으로는 금메달에 얼마만큼 강렬한 집착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실감케 하는 대목인 것이다.
그녀는 특히 『레이스는 단순한 기록에의 도전이 아닌 미의 추구』라는 신념을 신앙처럼 여기고 있는 스포츠 우먼으로 유명하다.
이같은 미의 추구는 그녀의 일상생활이나 경기장에서도 잘 드러난다.
육상선수 외에 그녀는 패션모델에 의상디자이너를 겸하고 있으며 동화를 읽고 시를 쓰며, 그림을 그리고 또 사람들의 헤어스타일을 연구하며 멋지게 손톱을 가꾸는 것을 취미로 삼고있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그녀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상반신의 탱크톱에 하반신의 타이츠를 연결한 원피스와, 왼쪽다리는 허벅지에서 잘라 비키니 팬츠를 만든 「원레그」(외다리) 러링복을 착용하기도 하며 망무늬의 트레이닝복으로 등장, 레이스를 벌이기도 한다.
검게 내민 왼발과 산뜻한 색의 오른발이 세계신기록의 스피드로 트랙 위를 교차하는 모습이야말로 그녀의 신념인 「미의 추구」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피스」는 이외에도 아이섀도에 대형귀걸이, 색색의 매니큐어, 금팔지, 여기에 독특한 선글라스 등 그녀는 자신을 주장하는 방법을 얼마든지 알고있다.
이같은 그녀의 특성에 대해 일부에서는 유전적인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리피스」의 어머니는 20세 때 모델이 되기 위해 집안식구 몰래 가출, 캘리포니아로 달려간 당돌한 여성으로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딸「그리피스」를 통해 이룩하려고 노력했으며 「그리피스」는 어머니의 방랑벽과 당돌함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단10초에 불과한 레이스지만 경기에 출전할 때 평균 1백20달러를 화장비로 사용하며 TV에 중계되는 대규모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는 2백 달러를 화장비용에 투입한 것이다.
천부적인 미적 감각을 지녔든지 아니면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방랑벽과 화사함 때문이든 「그리피스」는 스피드와 팀의 경주를 아름다움의 차원으로 받아들이는 유일한 선수며 자신을 주장하기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카멜레온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문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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