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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의 돌직구…“당이 청와대에 순응만 하면 망한다”

중앙일보

입력

“여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견인하지 못하고 따라가는 데 익숙해지면 망하기 마련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열린 초선 의원 토론회에서 돌직구를 날렸다. 조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민주당 한걸음 더! 초선, 민주당의 내일을 말한다’라는 이름으로 열린 민주당 초선 의원 토론회에서 “현재 민주당은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하며 이같이 말했다.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선 민주당의 내일을 말한다, 민주당 한걸음 더!' 초선의원 토론회에서 최운열 의원(왼쪽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선 민주당의 내일을 말한다, 민주당 한걸음 더!' 초선의원 토론회에서 최운열 의원(왼쪽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의원은 “지금 정부를 누가 민주당 정부라고 말하느냐”며 “(청와대가) 행정 능력과 높은 지지율로 국회를 우회해 끌고 나가는 탓에 저희가 역할을 못하고 존재감 없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을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면 관료도 국회를 패싱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된다”며 “사법개혁, 개헌, 적폐청산 등의 효용은 점점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당ㆍ정ㆍ청 관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당ㆍ청은 수평적 동반자 관계가 유지돼야 하고 의원 출신 장관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더 늘리는 등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회의 전략은 당에 일임하는 게 맞다”며 “당ㆍ정ㆍ청 간 불협화음은 가급적 (외부에 알리지 않고) 뒤에서 해야 하는데 왜 다 아는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얘기하느냐”고 비판했다. 최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주52시간 근로제 보완책 등 노동 현안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서로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차기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8ㆍ25 전당대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의원은 “차기 당 대표는 자기 정치를 하기 보다는 든든한 뒷배가 될 각오가 될 분이 나오길 바란다”며 “여당 대표는 프리마돈나가 아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대통령이 불편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부족함은 채워주고 빛나지 않는 막후 활동으로 야당을 어르고 달래 활로를 여는 대표가 돼야 한다”며 “대통령의 심기만 생각하는 예스맨이 아닌 청와대와 정부에 고언할 수 있는 신뢰 관계가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초선 의원 30여명이 참석해 전당대회 이후 새로 꾸려질 당 지도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밝혔다. 김종민 의원은 “친문ㆍ비문으로 나뉜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유권자의 힘이 모이는 곳으로 뭉쳐야 한다”며 “홍영표 원내대표가 친문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끼리끼리 하는 게 아니듯 당 내에서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통합의 방법으로 “지도부가 혁신을 실천해야 통합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 의원은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는데 지금까지는 이 말을 반면교사 삼아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며 “차기 지도부가 당의 미래와 비전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부와) 국정운영 공조도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박명림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성공하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입법연대를 시행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의제 시행을 위한 입법연대의 복원이 국민의 민의”라고 말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내일을 말한다' 초선 토론회에 참석했다. [뉴스1]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의 내일을 말한다' 초선 토론회에 참석했다. [뉴스1]

민주당 초선 의원 토론회에 자유한국당 초선 강효상 의원이 예고 없이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강 의원은 “집권여당 민주당의 초선 의원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방향으로 당을 바꿔나가는지 듣고 싶어서 왔다”며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말이 있듯 경쟁 상대의 생각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 대승에 도취돼 자만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경계하고 방향을 잘 짚어가고 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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