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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아꼈다”VS“아니다”…‘박카스 진실공방’ 실제 내막 알아보니…

중앙일보

입력

3일 오전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으로 배달되고 있는 박카스의 모습. 정진호 기자

3일 오전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 앞으로 배달되고 있는 박카스의 모습. 정진호 기자

 “특검팀에서 악의적으로 돈줄을 끊는 자가 있다는 이야기다.”(park****)
 “인건비가 만만치 않다면서 종로까지 가냐. 차는? 기름은? ”(paul****)

박카스 인터넷 구매 싸다지만 "사실과 달라" #"특검팀이 간곡히 요구해 임대료도 깎아줘" #강남역 사무실은 압수수색 영장 등 수사 위해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종로 보령약국까지 가서 박카스 1000병을 샀다는 중앙일보 기사에 인터넷에서 때아닌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먼 곳까지 가서 대량구매 한 것을 지지하는 댓글이 있는가 하면 “인터넷에서 사면 훨씬 더 싸다”, “기름값이 더 아깝다”는 반대 주장도 달리는 중이다.

특검 관계자는 “종로에서 사면 박스당 800원을 아낄 수 있어 한 시간 정도 운전해 사 왔다”고 설명한다. 한정된 특검 예산을 최대한 아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여러 이유를 들어 반박하고 있다. 인터넷 아이디 ‘saeh****’는  “차량연료비와 인건비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고 썼다. ‘paju****’는 “차 연료비가 더 나옴. 쿠팡에서 로켓배송 하라”는 댓글을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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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특검팀 의도대로 예산을 아낀 걸까. 얼마나 절약한 것일까?

박카스는 약국에서 판매되는 100ml짜리 박카스D와 편의점 등에서 파는 120ml짜리 박카스F가 있다. 박카스D의 경우 종로 보령약국이 가장 저렴하다. 강남역 주변 약국에서 박카스 열개들이 한 박스의 가격은 6000원~5500원 수준인데 보령약국은 4700원이다. 인터넷 소셜커머스(100개 기준 4만9050원)의 판매 가격보다 싸다.

특검 사무실에서 약국까지 거리는 10km, 주유비는 왕복 3200원이다. 특검팀은 이를 통해 7만원이 넘는 돈을 아꼈다. 실제 수사를 하는 검사나 경찰, 특별수사관이 아닌 특검 사무국 직원이 다녀왔으니 수사에 준 영향도 없다.

특검 관계자는 “이 박카스는 수사관 뿐 아니라 늦은 시간까지 수사를 받는 피의자와 참고인을 위해 사용한다”고 말했다.

허익범 특검팀이 자리를 마련한 강남역 9번 출구 인근 J빌딩의 모습.

허익범 특검팀이 자리를 마련한 강남역 9번 출구 인근 J빌딩의 모습.

특검팀은 왜 임대료가 비싼 강남역에 사무실을 마련했을까?

특검이 이렇게 ‘돈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음에도 네티즌의 반응이 냉랭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네이버 아이디 ‘khjb****’는 “다른 것은 모르겠으나 예산을 아끼는 목적이면 사무실 6개층을 강남역 인근에 빌린 것은 이해가 안되네요? 강남역 임대료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쪽에 속하지 않나요?”라는 댓글이 대표적이다.

특검팀이 박카스 값까지 아끼려 하면서, 왜 임대료가 비싼 강남역에 사무실을 마련했느냐는 지적이다.

역대 특검팀들은 대부분 강남ㆍ서초 인근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했던 박영수 특검팀의 사무실도 선릉역 대치빌딩이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았던 박영수 특검팀은 강남구 대치동 대치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맡았던 박영수 특검팀은 강남구 대치동 대치빌딩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한정된 예산의 특검팀이 임대료가 비싼 강남을 고집하는 이유는 특검법 때문이다. 특검법은 특검 수사 사건의 재판 관할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지정했다.

특검팀은 수사를 위해 필요한 압수수색, 구속 등 각종 영장을 이 법원에서 받아야 한다. 촉박한 60일의 수사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강남에 사무실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허 특검은 지난달 “피의자ㆍ참고인 소환 등 동선도 고려해 장소를 최종 결정했다”고 했다.

특검팀은 두 달간의 짧은 수사 기간 동안 사무실을 빌려줄 건물주를 찾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건물주 최모씨는 “이제 막 신축한 빌딩이라 특검팀과 타이밍이 잘 맞았다. 임대료를 깎아 달라는 요청을 넘길 수 없어 저렴하게 임대해 줬다”고 말했다.

4일 오후 특검팀 관계자들이 경찰청에서 대여한 포렌식 장비를 들고 특검팀 사무실로 올라가고 있다. 정진호 기자

4일 오후 특검팀 관계자들이 경찰청에서 대여한 포렌식 장비를 들고 특검팀 사무실로 올라가고 있다. 정진호 기자

특검팀은 왜 수사 초기부터 예산에 민감히 반응하는 것일까?

5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와 만난 최득신 특검보는 “포렌식 수사에 사용되는 기기가 모두 상당한 고비용”이라며 특검팀 예산난에 대한 이유를 전했다.

이번 특검은 역대 특검과 달리 사람에 대한 수사보다 수 만건의 댓글 조작을 분석하는 디지털 포렌식 기기의 중요성이 더 크다. 문제는 이런 포렌식 수사가 일반인들의 상상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특검팀은 경찰에 포렌식 장비를 빌리고 외부 전문 업체와도 최대한 저렴하게 장비 임대 계약을 맺으며 비용 절감에 노력하고 있다.

노명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교수는 “디지털 포렌식 수사는 대표적인 고비용 수사다. 수만건에 달하는 드루킹 댓글 조작 전모를 파헤치려면 수억원의 비용이 들 수 있다”고 했다.

특검팀 입장에선 대선 전후 이뤄진 댓글 조작의 규모가 완전히 파악되지 않아 언제 추가 비용이 들지 알 수 없다. 또한 지금 아껴써야 수사의 탄력이 붙어 예산이 필요할 때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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