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시위·테러위협"보도와는 딴판|88관광객들이 보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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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몬트리올 올림픽과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도 참관한 디트로이트의 서점주인「루·래먼트」여사(52)가 서울대회에 와서 겪고있는 한가지 불편은 다이어트 코크를 사기가 어려운 점이다. 그 한가지를 제외하고는『훌륭하고 경탄할만하며 따뜻하고 융숭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아울러『웅장하고 현대적이다』고 말한다. 비록 올림픽 관광객이 한국측 예상을 다소 밑돌고 있지만 일단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주최국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서울올림픽 준비를 위해 7년의 세월과 30여억 달러의 경비를 투입한 한국민은 외국사람들이 갖고 돌아갈 인상에 대해 지극히 큰 신경을 쓰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 수준으로 아직도 개발도상국인 한국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명실공히 개발국가로 올라설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전 서울시민은 올림픽이 착오나 사고 또는 테러공격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느냐에 숨을 죽여가며 주시하면서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주최측은 이처럼 다소 불안스런 심정이지만 대부분의 외국손님들은 이를 눈치채지 못하는 듯 하다. 이곳저곳에서 사소한 말썽이 생기고 적지 않은 언어장벽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 관광객들은 한국사람들이 매사 잘하고 있다고 말한다.『사람들이 매우 우호적이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 의사를 좀더 잘 나타내지 못하는 것을 볼 때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워싱턴에서 온「도나·콜러랜」여사는 말했다.
서로 전혀 다른 문화가 마주칠 때 몇 가지 마찰이 발생하는 것은 이상스런 일이 못된다. 미국선수들이 개막식에 입장하면서 대오를 이탈하고 제 모습을 비추려 텔레비전 카메라로 향하는 등의 흐트러진 자세를 보인데 대해 한국사람들은 언짢아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도 못마땅하다는 생각이다.
또 서구선수·언론인·관광객들이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데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아직도 한국을 제3세계 국가로 취급하는 서구의 시각에 당황한다. 미 수영 스타「매트·비온디」가 회견도중 제공된 물을 거부, 병에 든 물을 요구하고 육상선수들이 일본에서 훈련한 행동이 이곳에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한편 미국 사람들측에서 볼 때 한국음식은 너무 매워 소화시킬 수 없으며 택시운전기사들은 이들 탑승자들을 충격 속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좌식이 아닌 쪼그려 앉는 변소는 불편하며 일부 한국의 청소년은 반미적 자세를 드러내는 것으로 미국사람 눈에 비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불편을 얘기하는 사람도 전반적인 인상은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특히 한국사람이 일에 쏟는 노력과 열성은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 내방객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미국의 젊은이들은 일을 싫어하지만 한국젊은이들은 스스로 일하고, 웃으면서 일한다』고 한 사람은 말했다.
어떤 미국인들은 학생시위와 테러위협에 관한 언론보도 때문에 거의 서울에 오지 않을뻔 했다고 말하고, 와서 보니 비록 경호군인들이 거칠어 보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군인들도 실은 우호적이고 비교적 덜 나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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