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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수송기 타고 통일농구단 방북, 김정은 농구장 나올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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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일과 5일 평양에서 열리는 통일 농구대회에 참가하는 남측 대표단이 3일 오전 방북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 101명은 이날 오전 서울 공항(경기 성남 소재)을 이륙해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70분간 비행한 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통일 농구대회는 2003년 이후 15년 만이다. 남북은 지난달 18일 체육 회담을 열어 통일 농구대회를 열기로 했다.

남북 통일농구에 참가하는 정부대표단과 선수단이 3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평양으로 가는 군수송기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통일농구에 참가하는 정부대표단과 선수단이 3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평양으로 가는 군수송기에 탑승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는 대표단의 이동을 위해 공군 수송기(C-130H) 2대를 투입했다. 공군 작전부대에 배치돼 운용 중인 공군기가 북한 지역을 찾은 건 6ㆍ25전쟁 이후 처음이다. C-30H는 화물이나 무기 운송, 특수전사령부 요원들의 공중침투에 이용하는 항공기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이나 특사단의 방북을 위해 남측 항공기가 평양을 갔지만, 정부 소유 또는 전세기였다”며 “순수한 공군기의 방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정상회담 때 전용기로, 2003년 1월과 지난 3월 특사단 방북 때도 정부 전용기를 이용했다.

남북 통일농구 대표단이 3일 오전 경기 서울공항에서 남북 통일농구에 참석하기 위해 군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통일농구 대표단이 3일 오전 경기 서울공항에서 남북 통일농구에 참석하기 위해 군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5월 24일 함북 풍계리에서 진행된 핵실험장 폭파장면 취재를 위한 국내 취재진의 방북 때는 정부 수송기(VCN-235)가 운항했다. 정부는 여러 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편의상 공군에서 관리하고 있다. 대통령 전용기를 공군-1호기로 불리긴 하지만 관리와 유지만 공군에서 한다. 그런데 이날 방북한 수송기는 공군이 실제 작전에 투입해 운용하고 있는 ‘진짜’ 공군기다. 정부 당국자는 “민간항공기 운항을 고려했지만, 섭외부터 계약, 국제사회의 제재 문제 등 여러 가지 절차가 필요했다”며 “촉박한 일정과 여건을 고려해 군용기를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남북 통일농구대회 남자선수단 허재 감독(앞줄 오른쪽)과 이문규 여자선수단 감독(왼쪽)이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 서울 공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 통일농구대회 남자선수단 허재 감독(앞줄 오른쪽)과 이문규 여자선수단 감독(왼쪽)이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 서울 공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일각에선 현역 공군기가 남북 공동행사에 동원된 만큼 오히려 화해와 협력 분위기를 상징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재개된 바닷길(만경봉호)과 서해 직항로(참매-2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방한)에 이어 한국 공군기 운항으로 협력 기류가 확대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남측 대표단장을 맡은 조 장관의 방북은 2007년 11월 국방장관회담(당시 청와대 비서관 자격으로 참석) 이후 11년 만이다. 그는 평양 체류 기간중 4차례 열리는 통일 농구대회를 관람할 예정이다. 남북이 1972년 남북공동성명을 체결한 날(7월 4일) 열리는 행사에 통일부 장관이 참석하게 돼 의미가 있다는 게 정부의 자체 평가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는 이전 정부에서 북한과 합의한 내용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남북의 첫 합의문인 7.4공동성명 체결일에 행사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일농구대회 대표단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3일 오전 평양행 항공기(군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서울 공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통일농구대회 대표단장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3일 오전 평양행 항공기(군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서울 공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 장관은 방북 기간에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북측 고위 인사와 향후 남북관계 발전 방안 등 4·27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후속 협의를 할 전망이다.
 이번 공동행사에서 농구광으로 알려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기장에 모습을 보일지가 관심사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31일 평양에서 열린 남측 문화예술단 공연 때는 공연장에 나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예술단장)과 공연을 함께 본 뒤 예술단을 격려했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5일부터 2박 3일간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6일 귀환하는 조 장관과 평양 체류 기간이 이틀 겹친다. 그래서 평양에서 남·북·미 장관이 조우할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두고 보자"며 가능성을 열어놨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 '직거래'를 시도하고 있어 3자 협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평양=공동취재단,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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