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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두 배 가까이 오른 꽃게 값...이유 들여다보니

중앙일보

입력

소래포구 꽃게 가격이 급등했다. 사진은 알이 꽉찬 꽃게. 임명수 기자

소래포구 꽃게 가격이 급등했다. 사진은 알이 꽉찬 꽃게. 임명수 기자

“1kg, 3마리에 4만5000원이요? 식당도 아니고….”
지난달 30일 주말을 맞아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을 찾은 김영옥(61)씨의 푸념 섞인 말이다. 그는 “비싸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비쌀 줄은 몰랐다”고 했다. 어시장 상인은 “다음 주부터 금어기(포획 금지)가 시작되는 데다 (꽃게) 씨가 말라 많이 안 잡혀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머뭇거리던 김씨는 암게 1kg과 수게 2kg(1kg(3마리) 3만5000원)을 샀다. 김씨는 “아들이 모처럼 휴가를 나와 꽃게가 먹고 싶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샀다”며 “암게만 살 수 없어 조금 싼 수게를 섞어 샀다”고 말했다.

꽃게 경매가 1kg 4만7000원, 연내 최고 기록 #이달 중순 3만8000원, 지난해는 2만8000원 #어시장서는 암게 1kg에 4만5000원에 판매 #꽃게 씨 마르고, 어획량 70% 줄었기 때문 #시민들 "1마리 1만5000원, 비싸도 너무 비싸"

서해 대표 어종인 꽃게 가격이 치솟고 있다. 꽃게 어획량이 전년 대비 최대 70% 넘게 급감해서다. 올겨울 한파로 서해 수온의 상승속도가 늦어지면서 꽃게 유생의 성장 속도가 더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꽃게 중 알이 꽉찬 암게가 1kg에 4만3000~4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1년새 두 배 가까이 상승한 가격이다. 임명수 기자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꽃게 중 알이 꽉찬 암게가 1kg에 4만3000~4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1년새 두 배 가까이 상승한 가격이다. 임명수 기자

2일 인천 옹진군과 옹진 수협에 따르면 올해 봄어기(4~6월) 연평어장 꽃게 어획량은 16만6130kg으로 지난해 봄어기 어획량 62만364kg보다 73%가 줄었다. 이는 올해 봄어기 시작 전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가 전망한 연평어장 어획량 30만∼40만㎏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인천 전체를 합쳐도 꽃게 어획량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이다. 서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인천지역 상반기 꽃게 어획량은 117만225kg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8만1887kg의 56.2% 수준이다.

소래포구 어시장에 가득찬 수게. 암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임명수 기자

소래포구 어시장에 가득찬 수게. 암게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임명수 기자

연평어장의 어획량이 급감하자 가격은 반대로 폭등했다. 지난 1일 오전 소래포구 어시장 꽃게 경매에서 1kg에 4만7000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최고 금액이라고 한다. 5월 말~6월 초 경매가가 3만6000~3만8000원, 6월 말에는 3만8000~4만2000원으로 계속해서 올랐다고 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경매가는 2만5000~2만8000원이었다.

통상 어시장 꽃게 판매가격은 경매가에 3000~5000원 더해진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1kg에 2만8000~3만2000원이던 꽃게가 올해는 4만7000~5만2000원으로 치솟은 것이다. 1년 새 두 배 가까운 상승이다.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꽃게 중 알이 꽉찬 암게가 1kg에 4만3000~4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1년새 두 배 가까이 상승한 가격이다. 임명수 기자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꽃게 중 알이 꽉찬 암게가 1kg에 4만3000~4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1년새 두 배 가까이 상승한 가격이다. 임명수 기자

전문가들은 2013년 이후 5년 만에 유빙(流氷)이 관측되는 등 올겨울 한파와 주변 환경변화에 따른 복합적인 요인으로 꽃게 어획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중국어선의 불법 조업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서해수산연구소 관계자는 “꽃게는 보통 6~7월에 산란해 겨울 동안 성장한 뒤 수온이 20도 정도 될 때쯤이면 나오기 시작한다”며 “하지만 수온이 20도보다 낮은 18.5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온이 낮다 보니 꽃게 유생의 생체 활성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올해는 산란 가능한 암컷의 크기가 지난해보다 작아 포란 수가 적어졌다”며 “최근 2년 동안 매년 1000t 가까이 잡히면서 개체 수가 줄어든 것도 원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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