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한국-호주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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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여자농구가 예선 첫 경기에서 호주에 36점차로 거둔 대승은 한마디로 농구에서 3점 슛의 위력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었다.
이날 한국팀은 3점 슛을 27개 날러 모두 16개를 성공시킴으로써 62%란 보기 드물게 높은 적중률을 과시, 나 자신은 물론 외국기자들조차 놀라게 했다.
이 같은 기록은 비공식적이지만 세계여자대회사상 가장 높은 3점 슛 적중률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실 한국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3점슛제가 채택된 이번 올림픽에 대비, 장거리포 슈팅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집중적인 연마를 거듭해왔고 역대대표팀 중 가장 많은 외곽 슈터들을 보유함으로써 「대포군단」으로 불릴 만하다.
이날도 김화순, 최경희, 김말련 등 7명의 선수가 3점 슛을 쏘아 주전 모두 장거리 슛에 능숙한 일면을 보여 주었다.
특히 김화순은 5개의 3점 슛을 던져 이중 4개를 적중시키는 기막힌 정확성을 보여 역시 LA올림픽 준우승 주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것이다.
이외에 이날의 승리요인으론 에러가 적고 선수기용 폭이 컸던 점을 들 수 있다.
체력의 열세를 최대한극복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대표팀의 에러방지에 훈련의 초점을 두어왔는데 이날 17-6으로 호주의 3분의1밖에 안돼 그 동안의 대표팀 훈련이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또 박찬숙은 전·후반 각 6분씩 12분을 뛰면서 3년간의 공백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기동력을 보여 믿음직했다. 특히 그녀는 과거와 달리 후배를 이끌며 기회를 마련해주는 「찬스메이커」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 인간적으로 성숙했다는 점과 함께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대호주전에서 굳이 한가지 한국팀의 문제점을 꼽는다면 리바운드의 극심한 열세를 들 수 있다.
한국팀은 이날 리바운드에서 42-18로 예상보다 갭이 너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는 한국팀보다 평균신장이 2cm정도 크기는 하지만 이번 대회 참가 8개팀 중에서 한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작은 편으로 이 같은 리바운드 차는 무시하고 넘어가기에 불안한 점이 없지 않다.
신장의 열세를 슈팅력으로 만회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6-4까지 리바운드수 차를 좁혀야하는 것이 통례로 되어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골밑 돌파를 좀더 과감히 해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어쨌든 메달입상을 노리는 한국팀의 전망을 밝게 해준 통쾌한 한판승부였다.
이날의 승리는 결코 우연이 아니고 실력으로 이룬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면 소련·유고도 결코 난공불락의 철옹성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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