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26)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목이 뻣뻣하다. 운동하다 담이 결리고, 기침하다 옆구리가 뻐근하다. 담 결림은 일상에서 공공연히 일어나는 익숙한 일이면서도 막상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해당 부위를 부여잡고 전전긍긍하게 된다. 근육의 담 결림을 샅샅이 알아보자.
근육은 전체가 혈액 덩어리라 해도 무방하다. 근육의 깊은 속까지 속속들이 피가 공급되어야 제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이런 곳에 혈액 공급이 안 되면 근육은 자기 살길을 찾게 된다. 혈액공급이 안 될 때 살길을 찾으러 혈액이 많은 부분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근육 꼬임이 발생하거나 경련이 일어난다.
근신경전달물질만 모자란다면 툭툭 튀는 현상이 발생하지만(눈 주변도 튀고, 팔뚝이나 허벅지, 종아리 근육도 튀는 경우가 많다), 강하면 소위 쥐가 나는 현상이 생겨 근육이 꼬이게 된다. 근육이 살길을 찾는 또 한 가지 방법은 혈액공급이 안 되는 부분을 경직시켜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부분은 뻣뻣해진다. 근육의 담 결림은 그렇게 생긴다.
1)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목이 안 돌아갈 때가 있다. 자는 자세 특히 베개가 불편해서, 혹은 찬 곳에서 자면서, 모로 누워 자서, 스트레스가 가득한 채로 잠들어서 등등 잘 때 자세가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억’소리와 함께 뻣뻣해지거나, 더 심해지면 앞뒤로 숙이는 것도 힘들다.
어깨 주변의 근육인 승모근뿐만 아니라 목뼈 안쪽의 근육들, 어깨를 들어 올리는 근육과 목 앞에 가장 솟아오른 흉쇄유돌근 등의 근육들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가벼울 때는 침으로 기를 순환시키고(혈액이 공급될 순환 루트를 확보한다는 의미이다) 따뜻한 찜질과 스트레칭으로도 풀릴 수 있다.
담이 든 근육의 정확한 위치를 찾는다면 한두 번의 치료로도 나아진다. 하지만 목뼈 주변의 깊은 근육에 생긴 통증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려 보통 1~2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2) 몸통, 특히 날개뼈 안쪽과 옆구리 부분도 자주 결리는 곳이다. 날개뼈 안쪽은 스트레스가 많은 분이 만성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곳이다. 이 부분에 담이 결리면 참 지독하게 안 낫는 고질병이 될 수도 있다. 등을 어딘가에 세게 문질러야 겨우 통증이 가시지만 곧 다시 재발하는 곳이다. 근육치료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도 함께 관리해 주어야 한다.
옆구리 부분에 결리는 담은 보통 자세 탓이다. 운동하다 보면 갑자기 급정거해야 할 때도 있고, 휙 돌아야 할 때도 있다. 여러 동작에서 근육이 순간적으로 꼬이다 보면 혈액공급이 안 될 때가 생긴다.
또 호흡과 동작이 일치하지 않을 때 심하게 결린다. 어떤 운동이든 동작을 처음 배울 때 참 어색하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 익숙해지면 동작이 자연스러워지는데 이때 호흡과 동작이 일치된다.
자세가 안 좋아서 호흡과 동작이 불일치될 때 근육이 상당히 힘든데 그럴 때 담이 결린다. 골프연습을 하다 담이 결리다 못해 심지어 갈비뼈가 부러지는 경우도 많다. 또 헬스 기구를 사용하다 힘을 주는 동작에서 웃음이 터지면 호흡이 나빠져 순간 담이 결린다.
이렇게 담이 심하게 결리면 겉 근육뿐만 아니라 안쪽 깊은 부분까지 영향을 미친다. 호흡을 담당하고 있는 횡격막 주변, 갈비뼈 주변근, 그리고 복부와 이어진 호흡근까지 담이 결리면 숨을 쉴 때마다 아프고, 기침하면 엄청난 고통에 시달린다.
손상된 겉 근육이 낫는데 며칠 걸리는데 횡격막 주변까지 다치게 되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심한 사람은 한 달 이상 고통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3) 이런 이유로 기침을 오래 해도 담이 결린다. 기침 자체가 호흡에 관련한 근육을 사용하게 되는데, 장기간 기침을 해서 주변 근육을 피곤하게 만들다 보면 담 결림을 느끼게 된다. 기침을 오래 해 생긴 담은, 목의 흉쇄유돌근, 갈비뼈 주변의 모든 근육, 횡격막 근육에 이어 복직근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통이 심하고 자칫 감기의 염증과 겹치면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4) 외부충격을 심하게 받으면 담이 결린다. 위에 언급한 것들의 종합이라 할 수 있는데, 충격을 받다 보면 방어적인 자세가 되고 불안정하게 되며, 호흡이 순간적으로 멈추게 되니 호흡근에도 문제가 일어난다. 자동차사고 후에 담이 결려서 고생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충격에 몸을 보호하려다 그 긴장으로 인해 혈액순환이 방해 받고 그중에서 더 긴장된 근육에 담이 결린다. 이때의 담은 심한 통증보다는 은근한 아픔이 오래 가는 것이 특징이다.
5) 자다가 쥐가 나는 것도 담 결리는 것의 일종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다 종아리에 심한 통증이 느껴져서 깨기도 한다. 종아리 근육이 뒤틀려서 딱딱해지는데 이때도 담이다. 마라톤 같은 무리한 운동을 오래 해도 근육이 경직된다. 근육 내 에너지를 너무 써 버려서 혈액순환이 안 되기 때문이다.
종아리뿐만 아니라 대퇴부, 팔뚝 등 주로 큰 근육에 피로를 느낄 때 자주 발생한다. 이럴 때는 따뜻한 찜질을 하고, 스트레칭과 함께 자세를 바로잡은 후 할 수 있다면 침을 놔 주면 바로 풀리게 된다.
근육에 생긴 담은 근육으로 혈액공급을 원활하게 해 주면 상당히 좋아진다. 몸 내부에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독소인 담은 해독을 통해 빼내야 한다. 바깥에서 해 줄 수 있는 방법도 몇 가지 있다.
첫째, 찜질이다. 특히 뜨거운 느낌 정도의 따뜻한 찜질을 더 권한다. 출혈성 상태가 아니라면 따뜻함이 혈액순환을 시켜 우리 몸을 자연 치유하게 도와준다.
둘째, 적절한 강도로 마사지해 주면 좋다. 이때 세게 누르지 말자. 한 부분을 지그시 누르고 10초 이상 가만히 있다 보면 스르르 풀린다. 그런 느낌이 들 때까지 참고 있어서 편안한 상태로 마사지해야지 떡 주무르듯 누르고 꼬집고 하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셋째, 두드려주기다. 만지고, 두드리고, 따뜻하게 하는 것이 기를 전달하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이다. 톡톡톡 두드려 주는 것만으로 근 경직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한의학에서 사혈을 해서 부항으로 피를 뽑으면 빨리 낫는 이유도 이런 원리다.
넷째, 스트레칭은 꼭 해야 한다. 평소 근육이 이완되어 있으면 담 결릴 확률이 뚝 떨어진다. 자꾸 담이 결린다는 말은 내 몸이 굳어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힘을 써서 운동하는 것도 근육발달에 좋지만, 힘을 빼고 이완하는 운동도 매우 질 좋은 근육을 만든다.
다섯째, 스트레스 관리를 꼭 하길 바란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 어디다 붙여도 통하겠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것은 실험을 통해서 많이 알려졌다. 근육을 이완하면서 또는 명상과 깊은 호흡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관리해 보길 바란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hambakus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