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서 화장품, 대만서 텀블러 … 직구, 동남아로 영토 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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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회사원 박지혜(30) 씨는 최근 태국 사이트에서 얼굴에 바르는 파우더를 직구(직접구매)했다. 지난 3월 한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뒤 여자 연예인의 이름을 붙여 ‘○○○ 파우더’로 입소문 난 화장품이다. 박 씨는 “술을 마시고 귀까지 빨개졌는데 얼굴색은 변하지 않은 연예인의 모습을 보고 찾아봤더니 태국 브랜드였다”며 “한국 가격의 절반 정도에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최은솔(28) 씨도 최근 대만 사이트에서 스타벅스 텀블러를 직구했다. 최 씨는 “한국에 없는 예쁜 디자인이어서 구매하게 됐다”며 “배송은 한 달 정도 걸렸지만 망가진 곳 없이 도착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해외직구 미국 비중 줄고 중·일 늘어 #베트남·태국산 구입도 증가세 #“배송 늦어도 가성비 좋아 만족” #면세범위, 반품 불편 등 고려해야

해외 직구 전성시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유럽에 집중됐던 해외 직구 수요가 이젠 베트남·태국·대만 등지로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27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는 총 2359만건, 21억1000만 달러(약 2조2000억원)로 지난해보다 각각 35.6%, 29.1% 늘었다. 사상 최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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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비중(건수 기준)은 미국이 56.3%로 여전히 1위지만 2014년(73.4%)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대신 중국·일본·유럽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올랐다. 기타 국가의 비중도 1.96%에서 2.89%로 늘어나는 등 다변화 추세가 확연하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직구 품목도 국가별로 차이가 난다. 미국은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32%), 중 국은 컴퓨터부품 등 전자제품류(22%), 유럽은 화장품·향수(29%), 일본은 초콜릿 등 식품류(18%) 등이 인기 해외 직구 품목으로 꼽혔다.

국내 소비자들이 미국서 비타민 등을 구입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이트는 ‘아이허브’다. 한국어 서비스와 한국으로의 직배송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5년째 아이허브를 이용 중인 김수진(27)씨는 “다른 국가 직구와 달리 배송 기간이 빠르면 일주일 이내로 짧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중국 직구의 경우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와 ‘타오바오’를 주로 찾는다. 한국어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아 자동 번역 기능을 이용한다. 최근 타오바오에서 모니터를 구입한 이성재(45)씨는 “이른바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최고”라며 “하지만 별도로 배송 대행지를 이용해야 하고,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가별로 인터넷 쇼핑몰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좋아지면서 국경 없는 쇼핑이 본격화된 것”이라며 “해외 여행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본 젊은 세대의 특성이 쇼핑에도 반영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생활의 일부가 된 직구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가장 많이 헷갈리는 부분이 면세 범위다. 세금이 면제되는 기준은 원칙적으로 ‘150달러’ 이하다. 상품 가격뿐만 아니라 세금·운송료·보험료 등을 모두 포함해서다. 액수가 150달러에서 단 1달러만 초과해도 전체 금액에 관세가 부과된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에서 의류 등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200달러까지 면세된다. 하지만 품목이 섞이게 되면 면세 한도가 다시 낮아진다. 예컨대 의류·신발·완구·전자제품 등을 샀다면 200달러까지 면세가 적용되지만, 함께 구매한 물품 중에 건강기능식품·의약품 등이 섞이면 면세 범위는 200달러가 아닌 150달러가 된다.

건강기능식품은 6병까지만 구매가 가능하다. 6병 이내라도 식약처에서 규정한 유해성분이 들어있다면 통관이 보류된다. 반품 등의 처리도 까다롭다.

사이트별로 주문 취소 및 변경 규정을 확인해야 하며, 문제 발생 시 해당 쇼핑몰 고객센터로 직접 문의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의 유명한 패션 쇼핑몰 ‘샵밥(shopbob)’의 경우 ‘일단 주문을 하면 당사에서 주문을 수정하거나 취소할 수 없습니다.’라고 알리고 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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