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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해경 구조원, 20대 여성 성추행하고도 두 달째 정상 근무 중

중앙일보

입력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오른쪽 사진은 해경의 인명구조 훈련 모습 [중앙포토]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음. 오른쪽 사진은 해경의 인명구조 훈련 모습 [중앙포토]

5월 9일, 울산해양경찰서 구조대원 김모(36) 경장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길을 걷다가 마주친 여성 B씨(21)의 팔을 낚아챘다. 깜짝 놀란 B씨가 저항했지만, 김 경장은 신체 접촉을 시도하며 강제로 B씨를 어딘가에 끌고 가려 했다.

B씨는 비명을 질렀고, 목격자가 경찰에 이 상황을 신고했다. 이에 경찰이 출동하자 김 경장은 담벼락을 넘으며 도주를 시도했다. 김 경장은 결국 경찰에 체포됐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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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B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 남자(김 경장)가 갑자기 팔을 잡고 가슴을 만져 비명을 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경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경장의 범행은 CC(폐쇄회로)TV에 그대로 녹화됐다.

체포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나온 김 경장은 이후 해경에서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경장은 지금도 시민 구조 업무를 하고 있다.

해경의 수상 인명구조 훈련 [중앙포토]

해경의 수상 인명구조 훈련 [중앙포토]

국가공무원법 행동강령에는 강제 성추행 현행범은 사안이 심각할 경우 즉시 직위 해제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하게 돼 있다. 검찰 수사결과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행동강령에 따라 대기발령, 감봉, 해임 등의 징계를 할 수 있다. 성범죄·금품수수·음주운전·갑질 등 4대 부정행위는 상훈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서도 처분 수위를 낮추지 않고 징계한다.

반면 울산해경 감찰계는 사건 발생 사흘 후인 지난 5월 13일 이 사실을 알았지만 두 달째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울산해경 홍대군 감찰계장은“피해자의 진술만 가지고 김 경장에게 직위해제나 대기발령 등의 조처를 할 수 없다”며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이를 바탕으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해경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감찰업무를 담당했던 남해해경청 소속 김모 계장은 “미투(Me Too) 운동이 일어나기 전에도 성범죄는 내부적으로 중징계 처분 대상이었다”며 “성추행 현행범은 직위해제나 대기발령 등 최소한의 조처를 한 뒤 수사 결과를 보고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고 설명했다.

울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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