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17일만에 팔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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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추석 연휴 이후 첫 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치웠다.

15일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2천4백3억원어치를 순매도(판 금액에서 산 금액을 제한 것)했다. 외국인이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전환한 것은 지난달 18일 이후 17거래일만이다. 2천억원이 넘는 순매도는 지난 1월 이후 8개월여 만에 최대치다.

특히 외국인들은 그동안 집중 매수해왔던 삼성전자를 주로 팔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9일의 사상 최고가(46만2천원) 보다 2만4천5백원(5.3%) 급락한 43만7천5백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5% 이상 하락한 것은 지난 3월 말 이후 처음이다.

기관.개인투자자들의 매도 속에 증시를 떠받쳐온 유일한 주체였던 외국인들이 이처럼 매도 물량을 쏟아내자 증시에는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매도 성격을 파악하려면 며칠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판단을 미뤘다.

우리증권 신성호 상무는 "연휴 기간 주식 비중을 줄이지 못한 일부 외국인들이 이익실현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 같다"며 "외국계 창구간에 매매 공방이 치열한 것으로 봐서 최근의 순매수 기조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동양증권도 외국인들의 대규모 순매도를 한국시장을 본격적으로 이탈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미국 경제의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에서 매수를 늘려왔다"며 "미국 경기지표가 계속 좋아지고 있어 외국인들이 굳이 한국에서만 매도 일변도로 전환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9,10월에도 국내 경기지표의 회복 징후가 계속 나타나지 않을 경우 외국인들의 투자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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