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250명의 용고행렬 장내압도|세계인의 축제 점화…올림픽 개막식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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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내>
개회식의 첫 공개행사인 강상제는 한반도의 젖줄인 한강위를 수백척의 각종선박들이 퍼레이드를 벌이며 서울올림픽의 서막을 장식.
서울올림픽의 개막을 알리는 상징물인 용고를 실은 용고선이 안개를 뚫고 그 모습을 보일때 1백60개 출전국 깃발을 단 윈드서핑이 환영퍼레이드를 벌였고 오대양의 상징색과 흰색의 깃발로 장식된 24척의 선도선단이 용고선등 주선단을 인도했다.
4백58척의 대선단이 한강을 거슬러 오르는 동안 메인스타디움의 6만3천여 관중들은 사상처음 경기장밖에서 시작된 개회식의 첫장면을 장내 전광판을 통해 생생하게 시청.

<장내전광판 통해 시청>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한 순환성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된 장외개회식 시작은 종전의 방식을 완전히 탈피한 것이어서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최첨단 과학을 이용한 전광판의 영상쇼는 배에 실려온 용고가 주경기장 입구까지 도착하는동안 우주에서 본 지구와 한반도, 그리고 서울, 메인스타디움의 모습을 차례로 선보여 서울올림픽으로 모이고 있는 전인류의 관심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강상제의 모습이 전광판에서 사라지면서 잠실주경기강 그라운드는 온통 고수들로 가득 메워져 용고를 맞기위해 길과 터를 닦는 의식인 해맞이의 새벽길이 시작됐다.
긴 깃발을 앞세운 1천2백50여명의 고수들은 밀양북, 진도북, 방고등을 들고나와 요란한 북소리로 온관중을 압도했고 취타대를 앞세운 용고행렬이 입장하면서 장내를 엄숙한 분위기로 돌아서게 했다.
세차례의 큰 북소리가 들리면서 갑자기 세계수의 장식물이 하나씩 해체되기 시작, 해맞이의 행사가 절정에 이르렀다.
이어 8만개의 희고 붉은 풍선이 날아올랐고 주경기강상공에서는 초록색의 버들폭죽이 터져 잔치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세계수, 성화대로 변해>
무르익은 분위기속에 세계수가 성화대로 변해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때 올림픽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8개국어 동시해설방송은 앞으로 16일동안 세계의 마당을 비춰줄 잠실스타디움의 성화대는 높이22m, 화반지름 5·5m, 기둥지름 0·75m의 8각기둥으로 되어있으며 이미 세상을 떠난 건축가 김수근씨가 한국의 옛날 촛대를 보고 설계했다는 설명을 해 관중들의 이해를 도왔다.
용고행렬에 이어 약4분간 펼쳐진 천지인은 44명씩의 한국선녀와 희랍여인들이 나와 하늘과 땅이 만나고 동양과 서양이 하나가 되는 기쁨을 춤으로 표현한 백색의 향연이었다.
백색의 여인들이 격조높은 춤으로 세계 젊은이들의 잔치마당을 성스럽게 만들어 놓자 흰 의상을 걸쳐 입은 1천5백25명의 현대무용수들이 나와 한바탕 춤으로 잔치의 시작을 알렸고 결국에는 『WELCOME』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오는 손님 친절히 맞는 한민족의 얼을 표출하면서 「앞마당」으로 명명된 식전공개행사가 끝을 맺었다.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 개회식 공식행사는 이날 오전11시 남쪽 전광판밑에 배치된 88명의 나팔수들이 웅장한 올림픽팡파르를 울리면서 시작됐다.
노태우대통령 내외가 입장하자 서울여상· 동대문상고생으로 짜여진 1천1백명의 무용수들은 『어서오세요』라는 글자와 오륜마크·서울올림픽 엠블럼을 연속적으로 만드는 매스게임을 펼쳤다.
특히 오륜마크와 엠블럼은 화려한 색상이 그대로 표현돼 관중들로부터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상처음 사운드섹션>
이어 장내아나운서가『선수단 입장』을 외치자 7만3천여명의 관중들은 저마다 갖고있던 호드기를 일제히 불어 올림픽사상 최초의 사우드섹션을 펼쳤는데 이 호드기 (피치파이프)는 전세계의 공통음계인 도·미·솔·도의 네음을 내도록 돼 있고 버들피리를 본뜬 것이라고.
개회식에 참석한 각국선수단은 주최국인 우리측의 결정에 따라 영문알파벳순이 아닌 한글 가나다순으로 입장.
이에 따라 아프리카의 가나선수단이 올림픽발상국인 그리스에 이어 두번째로 입장하고 홍콩이 한국을 제외하곤 맨뒤에 입장했으며 선수단이 입장하는 동안 전광판에는 국가별로 위치와 면적, 인구, 선수단규모등이 함께 소개됐다.
한국선수단은 참가국중 맨마지막으로 들어와 조직위운영요원들이 양옆으로 도열한 운동장한가운데 자리를 잡아 관중들로부터 우렁찬 갈채를 받았다.
한편 자유중국선수단은 LA올림픽에 이어 또다시 「차이니스 타이베이」라고 국명이 적힌 피킷과 IOC가 지정해준 오륜마크를 이용해 도안한 기를 앞세우고 입장, 또한번 서러움. 그러나 관중들은 이들 어려운 처지의 오랜벗에 더욱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모습.
14일 선수촌입촌식때도 공동입촌식을 거부, 1시간 간격으로 입촌식을 가졌던 이라크와 이란은 이날 선수단입장때도 각각 1백10번째와, 1백14번째로 입장해 양국의 불편한 관계를 노정.
한글 가나다순에 따라 이란은 이라크에 바로 뒤이어 입장해야되나 양측의 요청으로 이집트·이탈리아·인도를 사이에 두고 입장.
또 이스라엘도 이집트등 아랍권국가들과의 미묘한 관계를 고려, 한글 가나다순과 달리 일본 다음 1백17번째로 입장.
이날 선수단입장에서1백60개 참가국중 1백59개국 선수단은 모두 늘씬한 미녀 피킷걸을 앞세우고 입장했으나 이란만은 회교계율에따라 여성피킷걸을 사양, 유일한 「청일점」 육군의장대소속 배정안병장(23)이 피킷을 들고 입장했다.

<비둘기도 상공 수놓아>
대회사와 환영사, 노태우대통령의 개회선언에 이은 올림픽기 게양순서에는 양정모·김원기·신준섭·류인탁·서향순·조혜정 등한국의 역대올림픽메달리스트 8명이 대형오륜기를 받들고 등장.
육군군악대와 여주농고생들로 구성된 취타대의 선도로 입장한 이들 메달리스트들은 트랙을따라 본부석앞을 거쳐 운동장을 반바퀴 돈뒤 게양대앞에 도열한 88의장대에 올림픽기를인계.
올림픽기가 올림픽찬가연주속에 게양되는동안 전광판에는 「올림픽기 게양」이란 글자가 한국어와 영어·불어로 점멸했으며 기가 게양되자 관중석 아래에서 2천4백마리의 비둘기가 일제히 하늘로 치솟아올라 경기장 상공을 수놓았다.
이 비둘기들은 「평화」를 상징하는 의미에서 특별히 흰색으로만 모았는데 4년전 1백마리를 일본등에서 도입한 것이 이같이 불어났다고.
비둘기들은 태릉훈련원·어린이대공원·서울대공원·성동국교등에서 길러지며「특수훈련」 을 받아왔다. 그중엔 조류애호가인 장명환씨(51)가 개인적으로 기르는 3백마리도 우정출연(?).
올림픽선서에 이어 애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전광판 대형화면에는 백두산천지의 장엄한 모습이 1분3O초동안 선보였다.
이 필름은 전광판총감독을 맡은 정수웅씨(43·서울비전대표)가 지난달15일 중국을 통해 현지로 가 백두산정상에서 새벽의 모습을 직접 촬영한 것으로 해방이후 천지의 전경을 가장 생생하고 광범위하게 찍은 기록으로 높이 평가.
정감독은 『애국가 배경화면으로 우리의 건국시화와 조국통일의지를 담고있는 백두산을 가장 의미있는 것으로 판단, 택하게됐다』며 『참으로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 촬영했다』고 한달여에 걸쳐 백두산 촬영을 마무리지었던 노고를 털어놓았다.
개막행사가 진행되는 3시간동안 7만여 관중들은 운동장과 공중, 관중석 곳곳에서 펄쳐지는 화려한 행사장면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듯 거의 자리를 뜨지않고 흥미있게 관전.
행사프로그램중에는 관중들을 순간적으로 놀라게하는 기발한 아이디어가 잇따라 튀어나와 박수와 함께 탄성을 자아냈는데 성화대에 최종주자가 점화하는 순간, 5대의 비행기가 경기장 바로위 상공을 요란한 폭음과 함께 오색연기를 뿜으며 순식간에 지나가 일제히 환호가 연발.
또 8백여개의 가면이 군무를 추는 「혼돈」 프로 도중에는 경기장 지붕위에 높이 10m의 처용·말뚝이등대형 애드벌룬 가면 2O여개가 어느틈에 나타나 관중들을 놀라게했다. <4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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