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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추진은 잘한 일 … 그런데 속도 너무 늦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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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명자. [뉴스1]

김명자. [뉴스1]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도 포용적 성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명자 과총 회장, 정부에 쓴소리 #“4차 산업혁명 시대 새 비전 보여야” #과학기술계에도 주도적 역할 강조

김명자(사진)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 회장은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과학기술 연차대회’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 회장은 2017년 3월부터 과총 회장을 맡고 있다. 1966년 설립된 과총은 610개 과학기술 단체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김 회장은 “미래 과학기술은 삶의 질 향상, 복지 증진, 안전과 안심 사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 이후 주목받게 될 경제적 파이의 배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시대, 창의와 공감의 과학기술’이란 주제로 열린 이 날 연차대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과총이 올해 초 실시한 과학기술계 인식 조사에선 응답자 2761명 가운데 81%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김 회장은 이날 “기계 지능화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한편 인간과 인공지능(AI)이 함께 열어가는 새로운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각도 있다”며 “새롭게 다가올 사회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비전을 명확히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깊은 간극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과학기술 사이의 융합은 물론이고 과학기술과 다른 분야 사이의 통섭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하면서다. 김 회장은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깊은 간극이 해소되지 않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슈가 된 인공지능을 활용한 킬러 로봇 등에 대한 철학적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김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김 회장은 연차 대회를 설명하기 위해 연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는 정부의 규제 완화가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규제 완화가 현장에서 기대하는 속도와 비교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날 유전자가위를 규제 완화가 가장 더딘 분야로 꼽았다. 그는 “생명윤리 영역은 규제를 풀어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이와 동시에 과학자들의 연구 윤리를 포함해 책임성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포 속 유전자를 잘라 붙이는 유전자 가위 분야에선 한국의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국내에선 생명윤리법 등에 막혀 각종 실험이 불가능해 미국 기업에 실험을 위탁하는 중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 샌드 박스 도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회장은 “규제 샌드 박스를  도입키로 정부가 결정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도입 확정까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 샌드 박스(Regulatory Sandbox)란 신산업과 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수차례 규제 샌드 박스를 도입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7일 열린 연차대회에는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해 국내외 과학기술인 3500여명이 참석했다. ▶과학기술 혁신 ▶뉴 칼라(New Collar) 인재 ▶안전·안심 사회로 가는 길 등 7가지 주제로 심포지엄이 열렸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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