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실 중심 국정 운영 탈피해야”
문재인 정부가 의사결정 구조 면에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보다 더 청와대 중심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27일 국회에서 한국정치조사협회 주최로 열린 ‘민선 7기 지방선거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을 보면 청와대 비서실 중심에, 그 구성도 매우 동질적인 사람으로 이뤄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교수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는 청와대 중심이더라도 별도 채널을 통해 정보를 얻고 의사 판단에 활용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대통령 비서실 중심이면) 급한 일을 처리할 때는 효율적이지만, 지금처럼 야당이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에서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싫은 소리도 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면서 국민과 야당을 설득할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미국 정치에서도 ‘임기 중반으로 갈수록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예외 없이 하락한다’는 ‘필연적 하락의 법칙’이 제기된 것처럼, 문 대통령의 지지도도 시간이 흐르면서 불가피하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여당과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인적 충원의 폭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 직후에도 강 교수의 쓴소리는 이어졌다. 기자들과 만난 그는 “여러 다른 생각들이 반영돼야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고 대안 검토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너무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바깥에서는 뭐라고 해도 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있을 집권 2기 개각에 대해서도 “‘끼리끼리 인선’으로 충분한 자질을 갖지 못하는 인사가 중용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교수는 이어 “조기 대선 후 위기 극복과 적폐 청산, 북핵 문제 해결에는 최고 리더의 정치적 판단이 중요했겠지만, 경제·민생 부문은 다양한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부작용이나 속도 조절의 문제 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표에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당에서 (청와대와 다른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정책 집행이 조화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날 토론자로 배석한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도 “현재 나타난 경제 지표를 볼 때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서민과 청년, 중산층의 삶을 나아지게 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 지도부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로만 선출되면 굉장히 기득권화되는, 과거 새누리당과 전혀 다를 게 없는 모습으로 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