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티스 출신이 엘리트 관료 눌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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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고교 졸업 학력에 잠시 술집 호스티스로 일한 적이 있는 20대 여성이 엘리트 관료 출신 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다.

주인공은 23일 지바(千葉)현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의 오타 가즈미(太田和美.26.사진). 오타 당선자는 도쿄(東京)대를 나온 통산성 관료 출신의 사이토 겐(齊藤健.46) 후보를 1000여 표 차로 제쳤다.

유세 초반, 오타 당선자는 2개월 정도 접대부로 일했던 과거가 알려지면서 코너에 몰렸다.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합공천을 받은 사이토 후보 측도 이 사실을 물고 늘어졌다. 게다가 당시는 '가짜 e-메일' 사건으로 민주당의 인기가 땅에 떨어진 때였다.

그러나 그는 "접대부도 잠잘 시간을 아껴서 일하는 사람"이라며 "나는 땅바닥을 기면서 살아온 여자"라고 당당하게 과거를 밝혔다. 유권자들은 그의 솔직함에 한 표를 던졌고, 그 결과 대역전극이 이뤄졌다.

일부에선 그의 당선을 '오자와 효과'로 깎아내리기도 한다. 한때 거물 정치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63)가 7일 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뒤 현장을 뛰며 보궐선거를 직접 챙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유세하며 서민 이미지를 내세운 점과, 농민 등 특정 집단을 소외시켜선 안 된다는 뜻의 '패자 제로(0)'라는 선거구호가 유권자에게 먹혔다는 평가도 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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