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장 주변엔 왜 어린이 암환자가 많을까? 주범은 '이것'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임종한의 디톡스(1)

브레이크 없이 진행되는 산업화, 문명화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바꿔놓기는 했지만 그만큼 혹독한 대가를 요구한다. 우리는 실생활 속에서 다양한 유해성분과 독소에 노출돼 있다. 우리 몸의 독소를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건강한 일상, 삶의 질 향상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일상 속 실천 가능한 디톡스(Detox, 해독)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

어린아이 4명 중 1명꼴로 아토피 질환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5년 만에도 강산이 변하는 것 같다. 산인 줄만 알았던 곳이 어느 순간 공단으로 변한다. 도시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많아도 또 도시 짓기에 골몰한다. 흔히 말하는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결과다. 그러나 그만큼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아토피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의 아토피 질환에 아이들이 신음한다. [중앙포토]

아토피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의 아토피 질환에 아이들이 신음한다. [중앙포토]

산업화니 도시화는 어른이 만들어놓고 그 대가는 아이들이 치른다. 아토피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의 아토피 질환에 아이들이 신음한다. 비율도 높다. 아이들 4명 중 1명은 아토피 질환을 경험한다. 아토피 질환은 외부 항원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이상 면역반응이다. 한 번 아토피 질환에 걸리면 다른 아토피 질환에 걸리기 쉽다. 우리 아이들이 늘 병을 달고 사는 이유다.

병원에서 만난 A 환자는 15살이다. 어릴 때 중증 아토피피부염을 앓았다. 그게 나을 만하더니 천식 증상을 보였다. 천식을 열심히 치료하고 나니 비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초기에 관리하지 않은 아토피 질환은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 평생 고생하게 된다.

그럼 왜 아토피 질환이 늘어날까? 여러 원인 중에서도 식품 알레르기 발생에 주목한다. 유전정보에는 오염된 환경 노출로 인한 후생염색체 형태로 각인된다. 부모가 아토피 질환을 겪은 적이 있거나 유해물질에 노출된 이력이 있으면 자녀의 아토피 질환 발생에 영향을 준다.

유해물질 노출은 어린이 신경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와 서울시가 시행한 역학조사(2005년)에 따르면 유해물질 때문에 어린이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조사대상의 35.9%의 어린이(958명)가 정신장애를 겪고 있다. 이 중 13.2%는 2가지 이상의 정신장애를 갖고 있다. 15.6%는 특정 공포증을 겪고 있고, 13.3%는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지나치게 부주의하고 학업에 몰두하지 못하는 장애), 11.3%는 적대적 반항 장애(어른에게 사사건건 반항하는 장애), 3.9%는 틱장애(끊임없이 눈을 깜빡거리거나 이상한 소리를 계속 내는 장애) 등을 앓고 있다.

껌이 '어린이 기호식품'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

초등학교 주변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입술, 맥주모양의 사탕. [중앙포토]

초등학교 주변 가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입술, 맥주모양의 사탕. [중앙포토]

초등학교 주변 가게에서 백 원으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알록달록한 눈깔사탕에서 타르색소가 검출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최근까지 타르색소 일종인 황색 5호와 적색 102호 등이 유럽연합(EU)의 허용기준치보다 최대 2배까지 많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EU·미국 등은 이 색소의 정량 허용기준치를 두고 있다. 한국은 사용할 수 있는 식품 유형만 지정하고 있을 뿐 함량 기준은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어린이들이 즐겨 씹는 껌류에서도 ‘어린이 기호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적색 102호 색소가 발견되기도 했다. 어린이 기호식품이란 아이들이 자주 먹는 음식물로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시행령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껌은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

어린이와 영유아용품에서도 납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 초과로 검출되는 일이 아직도 빈번하다. 타르색소, 납 등은 어린이 신경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유해물질이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경발달에 이상이 있는 어린이 3명 중 1명꼴로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것이 국내외 조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이토록 많은 어린이가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것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15세 이하 어린이 백혈병 등 암 발생이 환경오염과 상관관계가 깊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암이나 백혈병으로 사망한 어린이의 출생지와 성장지를 추적해보니 석유 연료를 사용하는 공장지대에서 대다수 환자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자동차 공장과 제철소, 시멘트 공장, 벽돌 공장은 물론 자동차 배기가스가 많이 배출되는 고속도로나 공항 주변에서 이들 질환이 늘어났다.

환경 오염의 주범은 합성화학물질

식품산업, 제약산업, 화학산업의 부산물인 합성 화학물질은 우리 몸에 독소로 쌓이고 있다. [사진 freepik]

식품산업, 제약산업, 화학산업의 부산물인 합성 화학물질은 우리 몸에 독소로 쌓이고 있다. [사진 freepik]

오염된 환경의 유력한 원인으로 주목받는 것이 있다. 식품산업, 제약산업, 화학산업의 부산물인 합성 화학물질이다. 이런 화학물질은 우리 몸에 독소로 쌓이고 있다. 그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피해 또한 늘어가고 있다. 화학물질로 인한 건강피해는 사회가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려는 집단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사회 전반에 퍼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성물질관리센터(poison control center)가 필요하다. 선진국들은 이런 화학물질 피해 모니터링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화학물질 피해를 무료로 알려주고, 응급조치하도록 돕는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사업장에서나 지역사회에서 사전에 조사해 피해를 가져다줄 가능성이 높은 화학물질은 과감히 대체물질로 바뀌어야 하며, 사용이 금지되도록 하는 조처를 신속히 취해야 한다.

환경성 질환은 어른이 만든 산업화와 도시화의 그늘이다. 이는 곧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건강 위험이 커지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먹거리 하나를 선택할 때도, 집을 선택할 때도 건강과 안전 정보를 챙길 수밖에 없다. 건강위험 정보를 챙겨서 권해줄 주치의 등 전문가를 두는 것도 중요한 삶의 지혜다.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ekeeper21@naver.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