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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도피…소라넷 여성 운영자만 잡힌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해외에 서버를 두고 17년간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가며 운영된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소라넷’ 운영자가 구속됐다.

‘소라넷’ 운영자 중 한 명이 해외 도피 3년여 만에 구속됐다.

‘소라넷’ 운영자 중 한 명이 해외 도피 3년여 만에 구속됐다.

해외에 체류하던 소라넷 운영자는 총 4명이다. 뉴질랜드에 있던 A씨는 여권이 무효가 되자 지난 18일 자진 귀국, 경찰 조사를 받았고 지난 21일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남편, 다른 부부 한 쌍과 함께 1999년 9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외국에 서버를 두고 소라넷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소라넷에 도박사이트, 성매매업소, 성기구 판매업소 광고를 게재해 수백억 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2015년 3월 소라넷 수사에 착수했으며, 2016년 3월 운영진 6명을 특정하고 이중 국내에 살고 있던 2명을 먼저 검거했다. 나머지 4명은 나라를 옮겨가며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다녔는데 유일하게 한국 여권을 보유하고 있었던 A씨만 먼저 붙잡혔다.

이에 대해 손정혜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26일 YTN 뉴스에 출연해 “범죄 수익을 일정 부분 처분하고 정리하고 들어와 여권 무효화 부분과 형사처벌 문제를 정리하려는 의지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손 변호사는 소라넷 운영자가 자진 귀국한 이유에 대해 “여권 무효화 조치를 하다 보니까 여행이나 다른 나라로 출국하는 것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행정소송을 통해서 취소 소송을 해서 승소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장기간의 도피 생활이 굉장히 불편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한국에도 들어오지 못하고 이런 여러 가지 곤란 때문에 들어와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으나 체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손 변호사는 “이미 또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소재가 확인되면 외국에서 즉시 체포영장이 집행된다”며 “우리나라로 범죄인 인도가 되는 절차를 따를 수 있는 상황이어서 본인이 자진 귀국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법률적으로 다투고자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나머지 세 명은 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고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급박하게 한국에 귀국해서 이 문제를 해결할 만한 필요성이 아주 적다”며 “한국 국적자로서 외국으로 이주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 여성(A 씨)만 생활의 곤란을 겪고 이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나머지 3명의 검거 가능성에 대해선 “국내에서 여러 가지 기타의 범죄로 이미 적색수배가 이뤄진 상황”이라며 “알려진 바에 의하면 ‘테리 박’, ‘케이 송’ 이런 닉네임으로 활동했다고 하는데 이 사람들도 신병이 확보되면 체포해서 수사할 수 있다”고 했다.

소라넷은 99년 ‘소라의 가이드’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으며, 문제가 된 회원제 커뮤니티로의 전환은 2003년 이뤄졌다. 이후 소라넷은 회원이 100만명을 넘을 정도로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음란물 포털로 자리 잡았다가 2016년 폐쇄됐다.

소라넷 회원들은 단순 불법촬영물유포뿐 아니라 여성의 성기 등 도촬사진을 올리고 성폭행을 모의하는 등 범죄행위를 저질렀고, 운영자들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광고 수익을 챙겼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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