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세금인상으로 상가 '좋은 시절' 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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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단지 입주민이란 고정적인 수요를 끼고 있어 저금리시대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받은 아파트단지 내 상가 인기가 시들해졌다.

경기 불황 등의 영향으로 수익률이 불안해지자 투자자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게다가 내년부터 상가도 기준시가가 새로 적용돼 양도세가 늘어나게 되는 것도 상가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한다.

지난 6월 입주한 서울 마포구 연남동 4백60여가구의 K아파트 단지 내 상가. 회사 측은 지하 2층~지상 4층 27개의 점포에 대해 입주와 함께 선착순으로 분양했지만 아직 절반 정도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업체 관계자는 "도로변 1층 외에는 생각보다 잘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G아파트의 경우 입주한 지 10개월이 지났지만 단지 내 상가 30여개의 절반 가량이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김현숙 사장은 "보통 입주하고 두달 정도 지나면 상가가 모두 차는데 1층이나 도로변 점포를 빼곤 나갈 기미가 안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 S아파트(4백여가구, 4월 입주 완료)내 상가도 1층 일부와 지하층 상당수가 비어 있다. M공인중개사무소 이차윤 사장은 "1층 가격이 다른 층의 두배에 가까운 평당 2천6백만원대로 비싸 수익률이 높지 않을 것 같아 투자를 꺼린다"고 전했다.

기존아파트 단지 내 상가도 고전한다. 6백여가구의 부천시 중동 S아파트 단지 내 1층 상가 10개 점포 중 10평짜리 3개가 매물로 나와 있다. 가격은 올초보다 3천만원 이상 오른 3억~3억2천만원이지만 임대료는 보증금 3천만원에 월 1백20만원 정도로 그대로다. 매매가가 오르면서 연간 수익률이 1% 가량 떨어진 5~6%밖에 안된다.

S공인 김복응 사장은 "경기불황으로 가격이 저렴한 할인점 등으로 손님을 뺏겨 매출이 줄어든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올리기 어려워 투자가치가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대한주택공사가 올해 수도권에 분양한 주요 단지 내 상가의 낙찰가율(예정가 대비 낙찰금액 비율)도 지난 3월 2백% 대에서 지난달에는 1백50% 이하로 떨어졌다.

화성 태안지역 단지의 경쟁률과 평균 낙찰가율은 3월 19일 입찰한 6단지 상가에선 각각 22대1과 2백27%를 보인 반면 지난 7월 23일 8단지의 경우 각각 14대1과 1백50%였다.

법원 상가 경매 낙찰가율(최초 감정가 대비 낙찰금액 비율)도 지난 6월부터 낮아지고 있다. 상가114 유영상 소장은 "단지 내 상가의 적정 수익률을 연 10~12%로 보는데 분양받은 가격이 너무 높을 경우 상대적으로 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연면적이 가구당 0.3평 이상(1천가구 단지의 경우 3백평 이상)이고 30평형대 이하 중소형이 많은 단지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지 규모뿐 아니라 주변 상권.유동인구 등을 따져 적당한 가격을 산출해 봐야 하고 그 이상의 가격으로 낙찰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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