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신뢰 보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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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정세가 어떻게 변할것인가가 지금 우리 겨레의 가장 큰 관심사다. 이것은 국제적으로도 주목의 대상이 돼었다.
지금의 추세로는 낙관적이다. 이미 소련과 중국이 한국에 대해 호의적 반응을 보여왔다. 동구권 국가들이 그 양국에 앞서 우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을림픽이후 한국과 공산권관계가 크게 개선될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 양상은 두개의 모델로 집약될 것 같다. 하나는 「중국모델」이다. 정경분리의 원칙위에서 공식관계를 가능한 피하고 기능분야에서의 사실적인 교류, 협력을 증진시키는 형태다. 소련, 쿠바 등 북한을 의식해야하는 공산국가들이 이 모형을 따를 것이다.
다음은 「헝가리 모델」이다. 모든 분야에서 한국과외 교류와 협력을 증진키로 하고 이를 위해 먼저 대표부형식의 공식관계를 제도화하여 이를 통해 양국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형태다. 북한을 의식할 부담이 없는 동구권 공산국들이 이 형태를 취할 것이다.
북한의 대서방관계도 개선될 것은 확실하다. 이미 일본이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적극학할 태세를 보였다. 미국은 올림픽이 무사히 끝나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뜻을 공식화했다.
결국 올림픽이후 남북한의 국제관계는 교차관계의 확대로 인해 전반적으로 호전될 전망이다. 그러나 올림픽이후 한반도문제의 개선이 계속확대, 발전되려면 두가지 조건이 해결돼야 한다.
첫째가 서울올림픽이 방해받지 않고 무사히 끝나야 한다는 「소극적인 조건」이다. 올림픽의 안전을 우려케하는 유일한 요인은 북한의 방해행위다. 지금까지 북한은 여러가지 형태로 서울올림픽을 비방, 방해해 왔다. 지금으로는 더 이상 방해할것 같지는 않으나 평양의 행태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일반화된 사실이다. 그같은 인식은 지금까지의 북한의 테러경력에 기인한다.
둘째는 남북정상회담이 성립돼야한다는 「적극적 조건」이다. 김일성은 지난8일 「9·9절」전야제 연설에서 그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남북한이 불가침선언과 두 체제의 공존을 바탕으로 통일국가의 연방정부를 세우거나 그 실현을 위한 평화통일 위원회 창설을 협의할 의사를 가지고 남한의 최고위 지도자가 평양에 온다면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성이 회담 의제와 장소를 일방적으로 정해놓고 남한지도자가『독자적으로 협의하고 해결할수있는 귄능』을 가져야 한다는 전제를 달고 있기는 하지만 하나의 가능성임엔 틀림없다.
우리 정부는 이미 언제, 어디서든지 누구와도 만나 무슨 문제든지 논의할수 있다는 백지수표형 개방원칙을 제시한 만큼 김일성의 정상회담시사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올림픽은 우리가 어려운 부담을 극복하며 눈앞에 두고 있다. 이것이 성공리에 끝날것은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다. 한민족이 마련한 이 국제적인 인류의 제전이 우리 민족공동체의 번영과 발전에 결정적 계기가 되도록 남북의 우리겨레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은 비록 서울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할 망정 방해하지 말아야 하고 나아가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한다. 이 두가지는 평양의 결심에 좌우되는 조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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