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여고생 추정 시신 부검…신원ㆍ사망 경위 가린다

중앙일보

입력

전남 강진에서 실종된 여고생의 행방을 찾기 위해 21일 경찰이 의심 지역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강진에서 실종된 여고생의 행방을 찾기 위해 21일 경찰이 의심 지역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강진에서 실종된 여고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8일 만에 발견되면서 경찰의 수사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러 정황상 목숨을 끊은 아버지의 친구 범행 가능성이 높지만, 직접적인 증거는 그동안 나오지 않아서다.

이르면 오후 신원 확인…직접 증거 없어 수사 어려움

25일 전남지방경찰청과 강진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발견된 여고생 A양(16) 추정 시신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이 이날 진행됐다. 경찰은 지난 24일 오후 강진 도암면 매봉산 정상 부근에서 시신을 발견했지만, 부패가 심해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

시신의 신원은 국과수의 DNA 감정 등을 통해 이르면 이날 중 나올 수 있다. 경찰은 시신이 발견된 장소, 주변에서 A양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립글로스가 발견된 점에서 A양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A양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해주겠다’는 아버지 친구 B씨(51)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망 경위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산에서 발견된 시신의 신원과 함께 경찰 수사를 통해 가려져야 할 점은 크게 사망 원인, 범행 장소, 성폭행 등 또 다른 범죄 피해 여부 등이다.

 24일 전남 강진 실종 여학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강진군 도암면 한 야산.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전남 강진 실종 여학생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강진군 도암면 한 야산. 경찰이 현장을 통제하고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지난 24일에 이어 25일에도 유류품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2개 중대를 포함한 165명이 시신 발견 지점 주변에 투입됐다. 범행 도구 등 이번 사건의 진실을 가리는 데 도움이 될만한 흔적을 찾기 위해서다. 사체의 부패 상태가 워낙 심해 부검을 통해서도 구체적인 사인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여고생 A양의 사망 장소도 현재까지는 뚜렷하지 않다. A양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된 매봉산에서 살해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다른 곳에서 살해된 뒤 매봉산에 옮겨져 유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매봉산의 산세가 험한 점에서 공범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단서는 없다.

피해자가 여고생인 점에서 성범죄 등 또 다른 범죄 피해 여부도 경찰이 가려내야 할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과 정밀 감식을 통해서 밝혀내야 할 점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A양 시신 수색과 함께 유력 용의자 B씨와의 연관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B씨가 세차한 자신의 차량을 정밀 감식했지만, A양의 흔적은 없었다. B씨가 소각한 물품에 대한 정밀 감식 결과도 마찬가지다.

다만 지난 16일 A양이 B씨를 만나러 간다는 메시지를 친구에게 남긴 데다가 실제 두 사람의 이날 동선이 비슷한 점, B씨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목을 매 지난 17일 발견된 점에서 B씨의 소행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경찰 관계자는 “여고생과 유력 용의자(B씨)가 사건 당일 동행했다고 볼 수 있는 점은 통신자료 수사 등을 통해 확인됐다”며 “(B씨의) 살해 여부 등 범죄 연관성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