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외면받다 돌아온 베테랑...클래스 입증한 日 간판 혼다

중앙일보

입력

25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는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 [AP=연합뉴스]

25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는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 [AP=연합뉴스]

 베테랑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한때 대표팀과도 멀어지는 듯 했다 힘겹게 월드컵 3회 연속 본선 출전에 성공한 베테랑은 보란듯이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면서 승점 1점을 챙기는데 기여했다. 일본 간판 미드필더 혼다 게이스케(32)의 이야기다.

혼다는 25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 세네갈전에서 후반 27분 교체 투입됐다. 하필 투입 1분 전에 세네갈의 무사 와그에에게 추가골을 내줘 1-2로 밀리던 상황에서 투입된 혼다는 후반 33분 자신에게 주어진 첫 기회에 골을 뽑아냈다. 상대 골키퍼의 볼 처리 실수로 페널티 지역 왼쪽으로 흐른 공을 이누이 다카시가 잡았고, 문전에 있던 혼다에게 재빠르게 패스했다. 혼다는 골키퍼가 비어있는 걸 보고 그대로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로 일본은 세네갈과 2-2 무승부를 거두고, 1승1무(승점 4)로 세네갈과 나란히 공동 선두를 달렸다.

25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동점골을 넣는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 [AP=연합뉴스]

25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동점골을 넣는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 [AP=연합뉴스]

2010년을 전후해 일본 축구의 대표적인 선수로 꼽혔던 혼다는 전임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 재임 시절에 갈등설이 불거지는 등 줄어든 입지에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했다. 지난해 10월엔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에서 이라크와 무승부를 거둔 이후 혼다가 할릴호지치 감독의 소극적인 전술과 지시 방법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자 11월 최종예선에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할릴호지치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고, 니시노 아키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자 "경험이 필요하다"면서 혼다가 다시 중용됐다. 혼다는 월드컵을 앞두고 팀 내외적으로 정신력을 다잡으려는 말로 분위기를 모으는데 기여하는 역할을 해냈다. 지난 10일 스위스와 평가전에서 0-2로 완패해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을 땐 "위기감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정신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콜롬비아와 1차전에서 후반 오사코 유야의 동점골을 돕고 2-1 승리를 이끈 뒤에도 "결승골에 기여하게 돼 기쁘다”면서도 “승점 3점을 따낸 것은 다행이지만, 사실 경기내용은 불만족스러웠다. 상대 퇴장으로 수적인 우위를 가졌지만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25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는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 [신화=연합뉴스]

25일 열린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동점골을 넣고 환호하는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 [신화=연합뉴스]

다시 대표팀에 돌아온 혼다의 능력에 의문 부호를 다는 일본 내 시각도 있었다. 몇몇 일본 언론들은 혼다를 두고 '허풍이 많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혼다는 스스로 이를 불식시켰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한 그는 콜롬비아전 결승골 어시스트에 이어 세네갈전에서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클래스를 입증했다.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서 2골,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1골에 이어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도 1골을 추가한 혼다는 일본 선수론 처음 월드컵 3회 연속 득점자로도 기록되는 역사도 썼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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