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길거리 당사'로 나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민주당이 여의도 신송빌딩에 있는 당사를 버리고 '길거리 당사'로 나간다. 조재환 사무총장이 전북 김제시장에 출마하려던 최낙도 전 의원으로부터 4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후 당 차원의 반성과 함께 새 출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한화갑 대표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께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사건 발생 직후 여당과 정부의 '표적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자세에서 한발 물러섰다. 조 총장이 받은 4억원을 공천헌금이 아닌 특별당비라고 주장했다가 여론의 비난에 봉착하고 당내 일각에서 '지도부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나오자 '사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한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여의도 당사를 비우고 길거리로 나갈 수 밖에 없으니 대책을 세우라"고 당에 지시했음을 공개했다. 길거리 당사는 대선자금 비리 사태 뒤'초심'으로 돌아가자던 한나라당의 '천막당사'를 연상시킨다.

민주당은 또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로부터 일체의 특별당비를 받지 않고 ▶당 소속 의원 10명의 5월 세비와 당직자들의 월급을 당에 헌납해 지방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민주당이 '길거리 당사'로 나앉겠다고 결정한 배경에는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시위성 압박도 들어있다. 민주당에 따르면 2002년 대선 당시 썼던 대선 비용 중 43억원을 아직도 갚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당시 대선을 노무현 후보 측에서 주도했고 대선과정에서 생긴 빚이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에서 갚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당은 다음달 3일까지 새천년민주당 당사 임대료 등 23억원을 갚지 않으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써야 할 국고보조금 19억원을 차압당할 처지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이 빚을 해결하지 못하면 결국 민주당은 길거리로 나가서 당을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