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것은 주고 시간끌기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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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엎치락 뒤치락을 거듭하는 버마정국은 10일 오후「마웅·마웅」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사회주의계획당이 그동안 주장해온 국민투표를 통한 다당제 인정·총선거의 종전 입장에서 후퇴, 국민투표 없이 곧바로 다당제 총선거로 들어가기로 결정함으로써 또한번 반전했다.
이같은 결정은「우·누」전수상이 이끄는 민주평화 연맹이 같은날 오전 임시정부수립을 선포한 데 대한 대응조치로 가뜩이나 분열된 상태에 있는 재야반정부세력으로선 볼을 되넘겨받은 꼴이 됐다.
이같은 분열상은 다당제 총선발표직후 반정부세력들이 보여준 반응에서도 그대로 나타나 일부에선 긍정적 조치로 환영하는가 하면 다른 일부에선 현정권의 즉각 퇴진과 임시정부수립을 요구하는 형상이다.
「마웅·마웅」정부는 그동안 국민투표라는 최소한의 양보로 시간을 벌어볼 생각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태가 수습되기는 커녕 공무원·군인들까지 시위에 가담, 어떤 극적조치 없이는 사태수습이 불가능한 지경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래서 최후로 찾아낸 고육지책이 바로 이번의 국민투표없는 다당제인정 총선거실시다. 이 안은 최악의 경우 정권을 넘겨줄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총선거를 현정권 주도하에 치른다는 이점, 그리고 현재 반정부세력이 단일전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점등 여러 이점이 있다.
게다가 현재 완전마비상태에 있는 버마 정부기능을 고러할 때 선거가 있기까진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이 분명하므로 그동안 사태가 냉각되면 총선거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본의 한 버마문제 전문가는 이번 조치를 한마디로『사회주의계획당의 주도하에 민주화 스케줄을 잡아가려는 것』이라고 규정,『그렇게 함으로써 당의 붕괴를 막고, 설혹 총선에서
패하더라도 한 정치세력으로서 살아남으려는 최저선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일반국민의 대응과 민주화의 행방으로 이 문제는 앞으로 상당한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버마국민들 중에는 이번 조치를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렇게 될경우 반정부세력은 약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우선 리더십면에서「우·누」「아웅·지」「아웅·산·수·키」등으로 3분돼있는 상태에서 그어느 누구도 뚜렷한 위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또다시 주목되는 것은 바로「네윈」전사회주의계획당 의장이다. 그동안 꾸준히 나돈 망명세에도 불구,「네윈」은 아직 버마에 있으며 여전히 강력하다. 군부와 당 의 「네윈」충성파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다.
한달이상 계속된 시위에서 1천여명의 아까운 목숨이 희생됐고 국민들의 불같은 민주화요구에도 불구, 버마 민주화의 앞날은 여전히 안개에 싸여 있다. <추자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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