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돈 내고 채용되는 교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교사채용을 조건으로 강제 징수했던 기부금을 되돌려달라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의 한 중학교 11명의 교사는 4천8백만원을 학교측으로부터 돌려 받았고, 한 고교에서는 교사 44명이 낸 2억원의 기부금을 되돌려 방기 위한 협상을 재단측과 벌이고있다 한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자격증을 취득했다할지라도 교사자리 얻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 몇 백만원의 기부금을 내야 간신히 들어갈 수 있다는 항간의 뜬소문이 현실로 드러나 버린 골이다.
하늘처럼 받들어야될 우리의 선생님들이 4백만원씩의 뒷돈을 대고 교단에 설 수밖에 없는 지금의 교육계 실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교사 초임 시 이미 몇 백만원의 뒷돈거래가 있었으니 교육계의 수장인 교육감의 비리쯤이야 넉넉히 짐작하고 남는다고 모두들 고개를 주억거릴 것이다. 우리의 수도가 왜 이 지경으로 타락할 수밖에 없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교육계의 비리는 어느 한사람의 잘 잘못으로 판별되는 문제가 아니라 교육계 전체가 안고있는 구조적 모순에 있다.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기부금을 낼 수밖에 없는 교육계의 제도적 현실이 바로 잡혀지지 않고서는 교사의 양식이나 학교측의 양심을 거론할 수 없는 것이다.
교사채용문제에 있어서 이러한 폐단이 일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교사적체현상과 교원임용의 방식에서 빚어지는 제도적 문제에 있다.
금년 국립대 사범대 졸업자중에서 교사로 임용된 숫자는 9·9%로 6백여명 밖에 되질 않는다. 나머지 90%가 내년도로 이월될 수밖에 없어 교사자격증을 갖고도 임용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입사후보가 1만4천명을 넘고 있다.
이 적체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그 숫자는 해마다 8천명씩 이월된다.
그렇다고 줄을 서서 점잖게 기다린다고 임용의 순서가 늦게나마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임용의 기준이 사라진지도 오래되었다. 공립학교에 적용되었던 순위고사도 유명무실하다해서 없어졌고, 지난 3년간 실시되었던 사립교원 선발시험도 지난해말 사라졌다.
문교당국의 무분별한 사립대 정원정책이 이러한 병리현상을 자초한 것이다. 수급의 균형을 무시하고 정원을 늘렸으며 사립대 사범대의 신설학과를 묵인해준 문교행정의 미스였다. 중· 고교사의 임용범위를 확대할 계획도 없이 교사자격증을 남발한데서 온 것이 제도적 모순을 낳게 한 것이다.
다음으로 지적해야할 문제점은 과목별 수요측정의 잘못이다. 금년도 사범대 졸업자중 이른바 비인기 과목을 이수한 국민윤리, 역사, 지리, 생물, 물리등의 금년도 졸업자는 각각 1명정도가 임용되는데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1만명의 사대졸업자 중에서 1∼2명의 교사가능성을 바라고 있어야할 딱한 처지의 교육실정은 시급히 시정되어야 한다. 과목별 수급상황에 대한 과학적 측정이 제도적으로 이뤄져야한다.
끝으로, 임용의 방법은 이미 중앙교육심의회가 제출한 바 있는 교원임용국가고시제의 수정을 통해 공정한 임용의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전인교육을 당당해야함 교사가 시험이나 성적제일주의의 특혜로 생겨나서는 안 된다는 반 고시제의 여론도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사범대학의 수급조절과 교사자격시험을 통한 공정한 임용방식이 오늘의 사도를 바로잡는 첩경임을 제안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