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11일 “북한의 과거 언동을 잣대로 앞으로의 행동을 판단해선 안된다”면서 “북한 비핵화의 성공확률은 90%”라고 말했다.
닛케이 포럼서 "북한 비핵화 90% 성공 예상" #미ㆍ중 전문가 "20%"혹은 "아주 낮아" #패널 참석자 "북한, 믿을 증거 필요하다" 주장에 #문 특보 "과거 행동 잊어야...다른 사람이길 기대"
문 특보는 이날 도쿄 치요다(千代田)구 데이코쿠(帝国)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의 미래’ 국제회의에 패널 토론자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문 특보는 ‘북한위기의 행방과 새로운 세계질서’라는 주제의 패널 토론에 참석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교섭은 북한의 시간을 벌어주는 것 아닌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문 특보는 “시간 벌기가 아니다”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핵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비핵화 하려는 뜻이 없다면 (풍계리) 핵실험장을 파괴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참석자들은 문 특보의 의견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사회자로 나선 아키타 히로유키(秋田浩之) 닛케이신문 코멘테이터가 “(북한의 비핵화에) 회의적이다. 북한은 2005년에도 비슷한 약속을 했지만 약속을 깼고 우리는 속았다. 이번엔 우리가 북한을 믿을 수 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문 특보는 이에 대해 “그것은 북한의 과거의 태도다. 미국도 북한을 속인 적이 있다. 지금은 그런 것을 모두 잊어버릴 때다. 과거의 행동으로 미래의 행동을 판단해서는 안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다른 사람이기를 기대해보자”고 말했다.
문 특보는 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례를 들며 “남아공은 핵 프로그램의 검증에 2년반, 핵 관련 시설 전체를 없애는데 10년이 걸렸다”면서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큰 틀의 비핵화를 제시하고, 단계적으로 핵을 포기하는 게 중요하다. 단기적 목표를 갖고, 중요한 부분들을 폐기,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트와이닝 소장은 “남아공은 민주국가이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 뒤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주변국에 대해 공격적이었으며, 핵프로그램을 가속화해왔다”고 반박했다.
다나카 아키히코(田中明彦) 정책연구대학원대학 학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으로부터 안전보장을 받고, 일본으로부터 경제지원을 받아 제2의 등소평이 되려고 할 수 있다. 잘 되지 않을 경우 제2의 김정일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비핵화 과정이) 원만하게 진행돼 경제지원과 체제보장은 물론 자유화가 진행되면 제2의 고르바쵸프가 될 수도 있다”고도 강조했다.
문 특보는 “북한은 미국 측에 대해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 모든 게 가능하면 최종적으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은 포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트와이닝 소장은 “북한의 과거 행동을 보면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체제보장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북·미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관계 정상화를 언급할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경제 제재를 해야하기 때문에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성공할 확률을 묻는 질문에도 패널간의 견해차를 보였다.
문 특보는 “90%의 성공을 확신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50%는 된다”고 말했다. 반면 자칭궈(賈慶國) 북경대학국제관계학원 원장은 “비핵화 프로세스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성공확률은 아직 매우 낮다. 20% 정도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와이닝 소장도 “진정한 의미의 한반도 정상화를 위해선 북한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비핵화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고 진단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