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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후 설비투자 계속 제자리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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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내 기업이 확보하고 있는 현금이 46조원을 넘는데도 외환위기 이후 설비투자는 연간 20조원 안팎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기업이 돈을 갖고 있으면서도 투자를 꺼릴 정도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어 있다는 의미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제조업의 설비투자 규모는 1997년 43조5천억원에서 98년 18조6천억원으로 급감한 뒤 지난해 20조6천억원으로 20조원 안팎에 머물고 있다.

반면 공장 설비 등의 해외 직접 투자가 증가하면서 국내 제조업의 해외 이전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해외 직접 투자액은 93년 5억6천만달러에서 94년 14억9천만달러로 증가한 후 지난해 15억4천만달러를 기록했다. 한은은 "94년부터 국내 설비투자에 대한 해외 설비투자의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것은 제조업의 해외 이전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현금 수입은 늘었으나 부동산이나 기계장치 등에 대한 지출을 크게 줄여 현금 보유액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현금 예금액은 지난해 말 현재 사상 최대 규모인 46조6천억원으로 2001년(32조6천억원)보다 14조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설비투자의 둔화가 자본의 효율성을 높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제조업의 성장 잠재력을 깎아먹을 우려가 있는 만큼 투자 진작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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