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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문 대통령·아베, 대북 지원 엄청 하겠다 말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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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호 04면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개최가 3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밀고 당기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쟁점인 북한의 완전한 체제 보장(CVIG) 요구에 대해 미국의 구체적 입장을 제시했다. 합의가 이뤄졌다면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

미·일 정상회담 기자회견 #“북·미 종전선언 서명도 가능” #북 안전보장 요구에 ‘당근’ 제시 #“관계 정상화는 비핵화 완료 이후” #대북 제재는 기존 입장 재확인 #“중국, 북·중 국경 더 잘 막아야” #회담 잘되면 김정은 백악관 초청 #문 대통령은 21~23일 공식 방러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관계 정상화는 확실히 내가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라면서도 “비핵화가 완료됐을 때(when everything is complete)”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일각에선 미국의 대북 체제 보장 초기 조치로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등의 방안이 합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반면에 종전선언은 우선 북·미 간 합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종전선언) 협정(agreement)에 서명할 수 있고, 북한은 물론 다른 나라와도 이야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전선언은 첫걸음(first step)”이라며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종전선언 서명은 쉬운 부분(easy part)이고, 어려운 부분(hard part)이 종전선언 이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취지를 종합해 보면 종전선언은 체제 안전보장을 요구해 온 북한에 일종의 ‘당근’으로 초기 단계에 해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8일 “종전선언은 (평화협정 체결과는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이벤트여서 북·미가 먼저 선언하고 그다음에 남·북·미가 해도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북한의 초기 조치 요구에 대해 미국이 체제 안전보장 취지를 담은 종전선언을 통해 성의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도 이날 중앙SUNDAY에 “기존의 핵·경제 병진노선을 핵 포기·경제건설 노선으로 바꾸려는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종전선언은 주민을 설득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카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그동안 판문점 실무협상에서 강하게 주장해 온 대북 제재에 대해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어떠한 제재 완화도 이뤄지지 않았고, 우호적인(friendly) 분위기 속에서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굳이 ‘최대의 압박(maximum pressure)’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회견에서 “솔직히 말해 내가 ‘최대의 압박’이라는 말을 다시 쓰면 이는 협상이 잘 안 됐다는 뜻”이라며 “(지금으로선) 그런 얘기를 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의 제재 협조를 다시 한번 주문했다. 그는 “중국은 확실히 북·중 국경을 예전보다 잘 막고 있는데 조금 더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면담 직후 “‘최대의 압박’이라는 말을 쓰지 않겠다”고 언급해 비핵화 초기 단계에서 대북 제재를 일부 완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사실상 이를 부인한 것이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경제 지원과 김 위원장 백악관 초청 카드를 ‘당근’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관계 정상화 발언에 이어 “아베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은 나에게 대북 경제지원을 엄청나게(tremendously) 하겠다고 강하게 얘기했다”며 “일본도, 중국도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울 것이며, 확실히 한국은 벌써 그런 의도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향후 2,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엔 한발 더 나아가 “첫 회담이 잘되면 김 위원장을 백악관 또는 (개인 별장인) 마라라고 리조트에 초청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아마 백악관에서 시작될 거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북·미 간에 비핵화를 둘러싼 인식 차가 축소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조금씩(inch by inch) 진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그의 나라를 위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결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입장 차가 있다는 것이다. 북·미 협상에 정통한 한 외교 소식통은 “통상 정상회담은 95%의 사전 합의와 5%의 정상 간 담판이 일반적인데 이번엔 어쩌면 50% 대 50%일 수도 있다”고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문 대통령, 러시아 국빈 방문=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6월 21~23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은 지난해에 이어 취임 후 두 번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방러 기간 중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러시아 하원에서 연설할 예정이며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로 이동해 월드컵 한국과 멕시코전을 관람한 후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차세현·위문희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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