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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꿇기’ 앙금 여전…트럼프, 수퍼보울 우승팀 이글스 백악관 초청 취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퍼보울 우승팀은 매년 백악관에 초청돼 축하 세리머니를 해왔지만, 올해는 백악관이 초청을 거부했다. 이글스팀 전체가 아닌 일부만 참석하겠다고 통보하자, 행사 자체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4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필라델피아 이글스팀은 내일 행사에 팀 전체가 올 수 없다”면서 “이들은 이 나라의 군과 이 나라를 위해 살아온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국가를 연주할 때 가슴에 손을 얹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글스팀은 소수의 대표단을 보내려고 하지만 1000명의 팬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체 팀이 아닌 일부 구성원만 백악관에 올 것이라면 행사 자체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럼프 대통령은 6일(한국시간) NFL 챔피언 이글스의 방문 행사를 취소하고 대신 다른 행사를 열었다. (AP 연합뉴스)

행사에 참여한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한 팬이 쿼터백 카슨 웬츠의 유니폼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행사에 참여한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한 팬이 쿼터백 카슨 웬츠의 유니폼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CNN방송은 이를 두고서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과거에도 선수단이 대통령의 초청을 거부한 전례는 있지만, 대통령이 선수단 초청 자체를 취소한 것은 전례가 없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인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무릎을 꿇었던 선수들을 비판했다. 선수들은 미국의 인종정책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국가가 연주될 때 무릎을 꿇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애국적이지 않은 행보로 규정했다.

이에‘무릎꿇기 논란’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큰 갈등을 빚었던 미국프로풋볼(NFL)이 새 규정을 마련했다. 지난 23일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NFL 구단주들은 회의를 열고 선수들의 국민의례 참여를 자율에 맡긴다는 내용의 새로운 규정을 입안해 승인했다. 국민의례 참여는 자유롭게 하되, 지난해 내내 논란이 됐던 ‘무릎꿇기 시위’를 할 경우에는 NFL 측이 구단에 벌금을 물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난처한 입장에 처해 고심하던 구단주들은 새로운 규정을 내놨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열리는 국민의례에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이에 참여하기 싫은 선수들은 라커룸에 앉아있을 수 있다. 양팀 선수들 모두 필드에 서 있어야 한다는 현행 규정을 바꾼 것이다.

그러나 일단 경기장에 나와 모습을 보였다면 ‘무릎꿇기 시위’는 할 수 없다. 만약 선수가 무릎을 꿇는 등의 행동을 하면 NFL이 해당 구단에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인 이후 트위터에 글을 통해 “필라델피아 이글스팀이 백악관에 초청됐지만 안타깝게도, 일부 선수단만 참석할 수 있게 돼서 행사를 취소했다”면서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라커룸에 있는 것은 국가가 연주될 때 무릎을 꿇고 있는 것만큼이나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NFL 선수들의 무릎꿇기 시위 논란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나

지난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무릎을 꿇은 콜린 캐퍼닉(가운데). [AP=연합뉴스]

지난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무릎을 꿇은 콜린 캐퍼닉(가운데). [AP=연합뉴스]

2016년 8월, 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경기 시작 전 국가가 연주될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경찰의 마구잡이 총격으로 무고한 흑인들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해 미전역이 들끓고 있을 때였다.

캐퍼닉은 당시 “유색인종을 억압하는 나라에 자긍심을 보여주기 위해 일어서지는 않겠다”고 말하며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자 캐퍼닉의 ‘무릎꿇기’에 동참하는 NFL 선수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사태가 일어나 인종차별 이슈가 극에 달하자, 대부분 흑인인 NFL 선수들도 폭발했다. 무릎꿇기 시위는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심지어 남부 백인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팀인 댈러스 카우보이스조차 동참, 구단주 제리 존스가 선수들과 함께 무릎을 꿇을 정도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이를 ‘애국심 없는 선수들의 무례한 행동’이라며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싫으면 떠나라” “성조기를 존중하지 않는 선수에게 ‘개자식을 당장 끌어내’라고 말하는 구단주를 보고 싶지 않은가”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틑 러시아 스캔들로 코너에 몰린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타파하는 데 이를 이용했다.

제임스·커리 "NBA 우승해도 백악관 초청 행사 안가"

클리블랜드 포워드 르브론 제임스 [중앙포토]

클리블랜드 포워드 르브론 제임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퍼보울 우승팀 초청을 행사 하루 전 취소하자  미국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커벌리어스의 르브론 제임스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스테픈커리가 “NBA 파이널에서 우승해도 백악관 초청행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는 5일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NBA 파이널에서 누가 우승을 하든 백악관 초청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클리블랜드는 물론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역시 백악관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도 NBA 파이널에서 우승한 골든스테이트 선수들이 백악관 초대를 받았지만 거절했다.

제임스는 필라델피아 이글스 선수들의 백악관 방문이 취소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그가 집권하면서 지금 방식대로 소통하고 일을 처리하면 이런 일이 계속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든스테이트의 커리 역시 제임스의 생각에 동의했다. 커리는 “제임스의 생각과 똑같다. 우리가 NBA 파이널에서 우승해도 백악관 초청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필라델피아 이글스 선수들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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