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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위 타이어 '펑'···정비불량 트럭에 운전자들 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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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2월 14일 저녁 중부내륙고속도로 성주휴게소 부근을 달리던 11.5t 화물차의 바퀴가 갑자기 빠졌다. 타이어는 반대편 방향으로 넘어가 1t 화물차, 8.5t 화물차와 연이어 부딪혔다. 사고가 나자 1t 화물차 운전자(50)가 차를 세우고 내렸으나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트럭이 그대로 추돌했다. 1t 화물차 운전자는 결국 숨졌다.

[화물차 사고를 줄이자](하) #5년간 타이어 파손 195건 #정비불량 트럭에 운전자 공포 #트럭 45%가 10년 이상 노후 #차령 제한 부활 등 대책 필요 #

달리던 차량에서 빠진 바퀴가 반대편 방향으로 넘어가 인명사고까지 야기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달리던 차량에서 빠진 바퀴가 반대편 방향으로 넘어가 인명사고까지 야기했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앞서 2016년 1월에는 경남 산청군 생초면 부근 통영대전고속도로에서 12t 트럭의 타이어가 펑크나면서 싣고 있던 거푸집 100여개가 반대 차선으로 쏟아졌고, 차들이 이를 피하려다 4중 추돌사고를 일으켰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화물차의 정비 불량이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5년간 (2013~2017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의 타이어 파손 사고는 195건에 달한다. 타이어 펑크에 이어진 추돌 사고나 화재 등으로 인한 사망자도 12명이나 된다. 또 브레이크가 고장 나거나(68건), 차량 부품이 떨어져 나가는(37건) 사고도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지난 1월 25일에는 중부고속도로 호법분기점 부근을 달리던 승용차에 화물차에서 떨어져 나온 판스프링이 앞 유리창을 뚫고 날아들었다. 화물차 바퀴 옆에 달린 충격완화장치인 판스프링은 길이 40㎝, 폭 7.5㎝, 두께 1㎝에 무게가 2.5㎏이다. 판스프링에 맞은 30대 운전자는 그 충격으로 가드레일과 중앙분리대를 부딪친 뒤 결국 숨졌다. 동승한 2명도 중상을 입었다. 하지만 정작 어느 화물차에서 떨어진 부품인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갑자기 날아든 판스프링에 뚫려버린 승용차 앞 유리창. [사진 한국도로공사]

갑자기 날아든 판스프링에 뚫려버린 승용차 앞 유리창. [사진 한국도로공사]

  화물차의 정비 불량은 심각한 차량 노후화와 맞물려 고속도로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6월 기준으로 국내에 등록된 화물차 340여 만대 가운데 45%인 150여만 대가 출고된 지 10년이 넘은 노후차량이었다. 현재 등록 화물차는 350만대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노후화된 화물차 비율이 높은 것은 생계형 차량이 많은 데다, 의무 폐차 기한이 있는 영업용 승용차·승합차와 달리 화물차는 차령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택시 등 영업용 승용차는 배기량과 용도에 따라 출고 후 3년 6개월~10년, 영업용 승합차는 9년~10년 6개월이 지나면 폐차해야 한다. 하지만 화물차는 1998년 규제개혁 차원에서 차령제한 제도가 폐지됐다.

모래를 싣고 달리던 중 타이어가 파손된 25t 트럭.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던 트럭 운전자는 이 사고로 차에서 떨어져 숨졌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모래를 싣고 달리던 중 타이어가 파손된 25t 트럭.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던 트럭 운전자는 이 사고로 차에서 떨어져 숨졌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이 때문에 정비 불량 차량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량 정기검사를 보다 꼼꼼하게 하는 것은 물론 도로에서 수시로 이뤄지는 노상 검사 제도를 더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또 정비 불량 범칙금을 대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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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화물차 노후화에 따른 안전문제가 심각한 만큼 화물차의 차령 제한을 다시 도입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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