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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 교도소 수용생활 체험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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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검 현직 검사 10명이 18일 광주 북구 문흥동 광주교도소에서 일일 수용생활에 참가해 수의를 입고 수용거실에서 수감돼 교도관으로 부터 생활수칙 등을 듣고 있다. 광주교도소는 현직 검사들을 대상으로 수형자의 인권과 교정시설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 체험 행사를 마련했다. (사진=광주 연합뉴스)

'하늘을 비추는 별들처럼 빛을 내십시오''한 때의 분을 참으면 100일의 근심을 면할 수 있다'

광주시 북구 문흥동 광주교도소 7동 1층.육중한 철문이 닫히자 교화용 표어가 곳곳에 나붙은 기다란 복도다.4.59평의 수용자 거실(감방)앞에 일렬로 선 검사들의 얼굴에 일순 긴장감이 감돈다.교도관의 지시에 따라 이름과 수인번호.입소일.죄명 등이 적힌 목찰을 방문 앞에 꽂고 방 안으로 들어선 순간 누군가 입에서 탄성이 새 나온다."죄 짓지 맙시다."

광주지검 검사 10명이 18일 교도소 수용생활 체험에 나섰다.광주지검 형사부와 공안부.특수부.마약 조직범죄 수사부.특수부.공판부 등 7개부서에 근무하는 4~7년차 검사들이다.구속영장 청구와 형집행 등 인신구속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검사들이 하루 동안 피의자가 돼 수용생활을 자원했다.구속된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수사와 수사지휘 과정에서 구속에 신중을 높이자는 뜻에서다.

이날 오전 10시 승합차로 교도소 바깥 문을 통과한 검사들은 사무동 회의실에서 현황을 듣고 곧바로 4.5m 높이의 담장안으로 향했다.신입대기실에서부터 교도관들의 지시가 잇따랐다.한사람씩 불려나가 신분을 대조하면서 입소절차가 시작됐다.양복과 구두.휴대전화.지갑 등을 보자기에 싸 맡기고,미결수 복장인 갈색 수의에 검정고무신을 신었다.

'7하6'(7동 아래층 6실)'7001'.상의 오른쪽에 방 번호,왼쪽엔 수인번호를 달았다.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는 수형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이 하얀수건에 치약과 칫솔을 싸들고 줄지어 보건의료과로 들어서자 마자 재소자가 실신해 담요에 들여오는 실제 응급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노역수용자 한명이 정신을 잃어 보건과를 거쳐 황급히 들것에 실려나갔다. 교도소 보건과 한 직원은 "벌금을 내지 못해 노역하는 이들이 대부분 무절제한 생활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자주 문제가 발생한다 "고 설명했다. 한바탕 소란이 일고 난 후 검사들은 혈압측정 등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고 의무관과 상담도 벌였다.

마약류 사범과 외항선원.유흥업소 종사자 등은 혈액.소변검사 등 별도의 정밀검사를 한다는 설명에 정종화(마약 조직범죄수사부)검사는 "마약사범은 검찰에서 국과수를 통해 정밀검사를 하는 만큼 중복으로 검사하지 말고 이들 대신 다른사람들에게 검사폭을 넓히는 게 어떻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검사들은 3개의 통용문을 지나 5실과 6실에 나뉘어 수용됐다.요즘엔 한방에 보통 8명이 생활하는 곳이다.천장에 빨랫줄이 쳐져있고 텔레비전과 담요.플라스틱 식기가 거의 전부다.가로.세로 각각 20㎝ 크기의 배식구를 통해 점심식사가 들어왔다.보리쌀이 섞인 밥과 동태찌개.콩나물 무침.물김치 등 1식3찬이다.스피커에선 낮 뉴스가 나온다."텔레비전도 잘 나옵니까" 한 검사가 묻자,교도관이 "녹화방송만 나온다"고 설명해준다.

검사들은 수갑을 차고 포승줄로 묶여 1.09평의 독방에 갇히기도 했다. 수형점수에 따라 처우가 달라지고 난동자들은 독방처분을 받기도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조성규(공안부)검사는 "이 같은 고통을 당하는 수용자의 입장에서 인권을 다시 생각해 본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피의자들의 인권을 높이는데 각별히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광주교도소 최윤수 총무과장은 "검사들의 의견 등을 들어 열린 교정행정 차원에서 법조인과 학생·주민들을 대상으로 1~2일 일정의 수용생활 현장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광주=천창환 기자 <chunc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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