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반 한화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구대성(37). 그는 지난해 뉴욕 메츠에서 낯선 환경과 시스템에 적응하는 데 실패했다. 야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를 갑갑하게 만들었다. 그는 "한국 쪽으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한국을 그리워했다"고 회상한다. 그 역시 도전을 중간에 포기했지만 지금은 행복하다. 마음 통하는 동료와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어서다.
94년 박찬호(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첫 테이프를 끊은 뒤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를 향한 도전은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꿈을 이룬 선수들(김병현.서재응.김선우.최희섭)도 있고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온 선수(조진호.이상훈.구대성.권윤민)도 있다. 또 지금도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가며 '제2의 박찬호'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는 선수(송승준.백차승.추신수.이승학.류제국)들도 있다. 이들은 낯선 문화와 음식으로 고생하면서도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뛰는 게 내 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적은 연봉에 생활이 어렵고, 마음마저 외로워질 때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이들에게 국내 복귀의 문은 열려 있을까. 그렇지 않다. 한국 프로야구는 99년 우수선수들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 국내 프로구단에 입단하지 않고 해외로 나간 선수들이 국내에 돌아올 경우 5년 동안은 프로팀에 입단할 수 없게 만들었다. 2002년 그 제한을 2년으로 완화했고, 국위를 선양한 선수(최희섭이 해당된다)는 2년 제한도 두지 않기로 하는 등 제약을 완화하긴 했지만 완전히 벽을 허물지 않았다. 송승준.추신수.이승학 등 99년 이후에 나간 선수들은 돌아와도 2년간 국내프로에 입단할 수 없다.
그들에게도 문을 열어 주자. 이미 시대는 달라졌다. 김진우.한기주(이상 기아) 등을 봐도 고교 유망주들이 너도나도 해외로 나가겠다고 하지 않는 시대다. 오히려 우수한 스타급 선수들의 복귀를 허용해 준다면 국내 야구 흥행에는 더 도움이 될 일이다.
이태일 야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