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now] '황사 테러'와 전쟁 나선 베이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중국 베이징 시내 곳곳의 도로와 자동차가 17일 짙은 황사 먼지로 뒤덮였다. 이날 황사 때문에 거리를 걸어다니는 시민이 평소보다 눈에 띄게 줄었으며, 상당수 시민이 거리 청소에 나섰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중국 베이징(北京)에 사는 변호사 류팅(劉.여)은 18일 아침 아파트 앞에 주차해 놓은 자기 차를 보고 깜짝 놀랐다. 푸른색인 차체가 온통 '황금색'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자기 차인 줄 몰라봤을 정도였다.

차뿐이 아니다. 건물도 나무도 온통 '황금 갑옷' 차림이다. 거리엔 마스크를 쓴 행인이 부쩍 늘었다. 벌써 열하루째 이어지는 황사 바람과 푸천(浮塵: 떠다니는 미세 먼지) 바람 때문에 생긴 고통이다.

푸천은 공사장에 쌓아 놓은 모래 더미, 흙바닥 등에서 바람을 타고 오르는 흙먼지다. 도시의 공해물질이 잔뜩 묻어 있는 탓에 '날아다니는 독가루'라고도 불린다. 유난히 바람이 잦은 베이징엔 여기저기서 흙바람이 일어난다. 바짝 마른 맨땅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사방이 '고비사막'인 셈이다.

베이징 주민들은 황사보다 푸천을 더 싫어한다. 매일 아침 일기 예보에도 푸천 예보는 빠지지 않는다.

베이징 기상대는 "17일 베이징시 전역에 30만t의 흙먼지가 내려앉았다"고 발표했다. 흙을 가득 실은 5t 트럭 6만 대가 하늘에서 흙비를 뿌린 셈이다. 기상대 측은 "바람 세기에 비해 먼지 알갱이가 크기 때문에 먼지가 공기 중에 머물지 않고 지상으로 내려앉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다 못한 베이징시가 물대포를 동원했다. 황금 탑으로 변한 국가대극원(국립극장) 등 주요 건물을 물대포로 씻어내기 시작했다. 거리엔 살수차를 동원했다. 주로 자정부터 새벽까지의 시간을 이용해 먼지를 씻어냈다. 먼지에 물로 맞선 셈이다. 지금까지 살수차와 물대포 240여 대, 미화원 450여 명이 동원돼 2000여t의 물을 뿌렸다. 모두 1500개 거리의 1580만㎡에 물이 뿌려졌다.

그러나 2000여t의 물로 30만t의 먼지를 씻어낼 수는 없다. 식수도 부족한데 무한정 물청소만 할 수도 없다. 시민들은 "물청소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며 시큰둥한 표정이다.

급기야 중국 당국은 18일 인공강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 관영 CC-TV는 황사를 제거하기 위해 20일 화학적으로 구름을 만들어 인공비를 내리는 시도를 실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은 미윈(密雲), 팡산(房山) 등지의 11개 고지대에서 인공강우를 시도했으나 비의 양의 워낙 적어 황사를 씻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