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13 지방선거를 9일 앞둔 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원 유세를 멈췄다. 홍 대표는 이날 “선거를 지역 인물 대결로 몰고 가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선 “한국당 후보들의 ‘홍준표 패싱’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부산ㆍ충남ㆍ울산ㆍ경기에서 ‘패싱’ 현상
‘홍준표 패싱’ 논란이 시작된 건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다. 이날 홍 대표는 한국당 서병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와 맞붙은 부산을 첫 지원 유세 일정으로 잡았다. 그러나 현장에는 서 후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홍 대표는 “서병수 시장은 다른 데 간 모양이죠?”라는 말을 남겨야 했다.
같은 날 찾은 충남에서도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는 홍 대표 지원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또 이튿날인 1일 울산과 2일 경기 지원 유세에서도 김기현 울산시장 후보와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는 동선을 달리하며 홍 대표와 마주치지 않았다. 각 후보는 “사전 일정이 있었다”고 ‘패싱’이 아니라고 했지만, 당 대표를 서로 모셔오려는 일반적인 선거 국면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믿었던 대구마저…
홍 대표는 결국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원 유세 중단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3일과 4일 예정됐던 충북ㆍ강원ㆍ서울ㆍ경기 선거 지원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5일로 예정된 대구와 부산 지원 유세 일정은 취소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수 텃밭(대구·부산)에서는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비쳤다. 그러나 이 일정도 이날 오전 취소됐다. 한국당 관계자는 “5일로 예정된 대구와 부산 지원 유세는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었다가 안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지원 유세가 선거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당 관계자들의 만류가 있었다고 한다.
실제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소속된 한 의원은 “최근 상황을 보면 대구 선거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리스크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를 지역구로 둔 한 의원 역시 대구 선거 전망을 낙관하지 못하며 “대구에서 홍 대표 오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선거 프레임 전환”vs“문제의 본질 깨달아야”
홍 대표 지원 유세 중단과 관련해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선거가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가 아니라 정당투표로 흐르고 있다”며 “우리 후보들의 역량이 민주당 후보들보다 훨씬 낫기 때문에 최대한 그 이점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앞서는 상황에서는 ‘당 대 당’ 구도보다는 ‘인물 대 인물’ 대결을 부각하겠다는 설명이다.
반면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공당의 대표가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며 “진짜 홍 대표의 문제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막말과 저주 공세다. 지금이라도 문제의 본질을 깨닫고 제대로 방향을 설정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