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따라 교수법 달리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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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박람회에 가보면 마치 조기 영어교육 박람회 같은 착각이 든다. 유아교육에서 영어의 비중이 놀라울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영어권 교과서 프로그램을 수입하거나 교육하는 곳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과연 영어권 교과서를 그대로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영어교육 방법일까?

국가의 영어사용 환경에 따라 교수법 달리 해야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첫째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EO(English Only), 둘째 영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마지막으로 우리와 같이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이다.

각 환경에 따라 효과적인 영어교육 방법은 달라진다. 특히 5세 전후 취학 전 아이들에게 이런 구분에 따른 교육은 더욱 중요하다. 모국어도 습득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영어권 국가에서 만들어진 교과서는 EO나 ESL환경, 즉 영어권에 살면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거나 제2언어로 사용하는 아이들을 위해 개발된 교재다. 이들 교재는 대개 일정수준의 영어 어휘를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콘텐트 교육을 시키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파닉스(Phonics)가 첫걸음은 아니다

또 영어권 국가의 취학 전 아이들(Preschool) 교재는 주로 파닉스(Phonics)라 불리는 글자교육이 주를 이룬다. 파닉스는 알파벳의 철자와 음가를 익혀 단어의 발음을 익히는 일종의 음운학인데, 알파벳으로 된 단어와 문장을 읽고 쓸 수 있도록 하는 기초 훈련용이다.

파닉스 교육은 상당수의 영어 단어를 활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영어권 국가의 미취학 아동교재가 주로 파닉스 교육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 조기 영어교육이 마치 파닉스 교육에서 시작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런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영어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교육방식이 아니다.

기본 의사소통 교육부터

영어교육은 기본 의사소통을 위한 교육(듣고 말하기)과 인지 학문적 학습을 위한 교육(문법과 독해 위주)으로 구분된다. 즉 영어로 대화하고 생활하는 것과 영어로 학문을 습득하고 연마하는 데 필요한 학습으로 나눠진다. 아이들의 조기 영어교육은 무엇보다도 기본 의사소통 능력을 습득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기본 의사소통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많이 듣고 말하는 훈련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대한 영어사용 환경에 많이 노출되도록 유도해 영어를 학습이 아닌 새로운 의사소통의 한 수단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조건 영어 교과서로 알파벳과 단어를 익히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듣고 말하는 학습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스토리 북을 통한 영어친화 단계

아이는 그림책의 이야기를 통해 상상력을 펼치며 간접경험을 통해 학습한다. 따라서 영어 그림책이 좋다. 아이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수준의 영어로 된 그림책을 꾸준히 읽어주고 들려주는 것이 영어습득에 많은 도움이 된다. 책에 있는 단어와 표현을 반복해서 들려주고 읽어주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영어로 된 표현을 이해하고 말하게 된다. ESL.EFL 환경에서 만들어진 많은 영어 그림책은 대부분 주제어와 목표어가 있다. 색깔.날씨 등 책마다 각각 목표어가 있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영어표현을 익히고 말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런 듣기(Listening)교재를 사용하면 아이들이 영어와 친숙해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영어 익숙해지면 파닉스 교육 시작

파닉스 교육은 기본적인 영어생활을 매일 5시간 이상씩 12개월 넘게 했을 때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먼저 쉽게 발음되는 단자음(가령 B,D,M,N,S 등)부터 익히도록 하며 차차 경음과 연음으로 발음이 달라지는 자음(C, G 등)을 교육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문자의 발음체계로 발음하기보다 단어 하나를 그대로 인식하여 읽게 되며 점차 자음과 모음의 발음규칙을 익히게 된다.

어린이 영어교육은 장거리 달리기와 같아

부모들은 영어 교육기관을 선택할 때 혹시 아이의 수준에 맞지 않아 흥미를 잃게 만드는 파닉스 중심의 교육이 아닌지, 또는 영어교육만 중시한 나머지 다른 분야의 교육을 도외시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은 예전의 파닉스 공부 위주의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다양한 과목을 포함한 통합교육을 강조하는 추세다. 그러나 조기 영어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부모들의 느긋한 마음가짐이다. 워릭영어학원 이기엽 대표원장은 "우리 아이들은 모국어 습득과 함께 영어를 이중언어로 습득하는 데 최소한 3년의 기간이 필요하다"며 "부모들이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에게 영어를 접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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