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자신의 재임시절 법원행정처가 특정 판사의 성향과 동향을 뒷조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1일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최근 불거진 재판 거래와 법관 뒷조사 의혹에 대해 “내용이 뭔지 잘 알지 못한다. 언젠가 다시 말할 기회가 있다고 본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의혹 문건에) 분명하게 뭐가 들어가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이야기를 할 수 없다”며 “무슨 내용인지 나중에 파악해서 다시 이야기 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특조단 조사를 거부한 이유’에 대해 양 전 대법원장은 “거의 1년 넘게 조사가 3번 이뤄졌다. 그럼에도 사안을 다 밝히지 못했을까”라며 “저는 다 알고 있으리라 본다. 내가 가야 되나? 그 이상 뭐가 밝혀지겠냐”고 답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부 질문에 “그런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거나 “말꼬리 잡지 말고 그만하자”며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 25일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3차 발표에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대법원의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판사들을 뒷조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당시 대법원이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입법을 위해 박근혜정부 청와대와 부적절하게 유착한 정황도 추가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아래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재판 거래' 의혹 등과 관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 특조단 조사를 받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나
- 거의 1년 넘게 조사가 3번 이뤄졌다. 여러 개의 컴퓨터를 흡사 남의 일기장 보듯 완전히 뒤졌다. 듣기로는 400명 정도의 사람이 가서 얘기를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안을 밝히지 못했을까? 저는 다 알고 있으리라 본다. 내가 가야 되나? 그 이상 뭐가 밝혀지겠나.
- 헌법기관의 수장이니까 조사에 임하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겠나
- 사법부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일이 있다. 그중에는 제게 보고되지 않은 것도 많다. 그것을 저 혼자의 머리로 다 기억할 수가 없다. 결과조치가 다 된 후에 사후보고도 있고 그렇다. 모든 것을 사법부 수장이 다 분명히 안다? 그건 옳은 말이 아니다.
- 뒷조사 보고는 중요하지 않은 보고라 생각되지 않는데.
- 뒷조사를 했다는 내용이 뭔지 제가 확실히 알지 못한다. 언젠가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을 거다.
- 상고법원 현안 독대자료도 검토 안한 것인가
- 그런 것은 일회성으로 왔다갔다 했겠지만, 예를 들어서 정초에 신년 하례식 갈 때도 다 그런 걸 준다. 언제든지 행사가 있으면 말씀자료를 준다. 그런 걸 한번 쓱 보고 버려 버린다.
- BH 문건은 전혀 기억이 없나.
- 청와대와 싸우러 가는 것도 아니고, 화젯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말씀 자료가 나온 거다. 그냥 넘어가는 거지, 그런 것을 공부하듯 외우고 있겠나.
-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청와대에 이득이 되는지 판단한 문건을 그냥 넘어갈 수 있나.
- 저는 분명하게 뭐가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뭐라 말할 수 없다. 더는 그런 문제에 대해 여기서 말할 수 없다.
- 이런 일이 다 아랫사람이 알아서 한 것인가.
- 나중에 파악해서 말하겠다.
- 검찰 수사받을 의향 있나.
- 검찰에서 수사하자고 합니까? (반문)
- 대법원장도 수사 검토하겠다고 하는데.
- 그건 그때 가서 봅시다.
- 문건들을 근거로 의혹이 나오는데.
- 문건을 작성한 사람과 읽는 사람이 의미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다. 문건이 이렇다고 단정해서 사실을 만들어나가선 안된다.
- 문건을 만들라는 지시를 안 했는데 만든 건가.
- 그런 사항은 더는 답변 안하겠다.
- 지시 없이 만들어진 문건인가.
- 무슨 문건인지 알아야 얘기드릴 수 있을 것 아닌가.
- 현재로써는 모른다는 입장인가.
- 그렇죠. 도대체 그 컴퓨터 안에 무슨 얘기가 들어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혹시 언론사 사장은 질문하신 분의 컴퓨터에 뭐가 들어가 있는지 다 알 수 있나.
- 불이익을 준 적은 없지만 반대 의견을 낸 판사가 누군지는 파악했나.
- 그건 자동으로 알죠.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고, 눈을 감으려 해도 보인다. 대법원장은 모른 척 가만히 있어야 하나
- 그걸 알 수 있는 것과 문건을 작성한 것은 다르지 않나.
- 말꼬리 잡지 말고 그만합시다.
- 이번 파문의 총 책임자는 누구인가
-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겠죠
- KTX 재판에 대해서는 할 말 있나.
- 재판은 법관이 양심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 (KTX 재판 당사자들을) 만나실 생각은 있나.
- 그건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
- 기조실 작성 문건에 KTX 판결이 포함돼 있는데.
- 언론을 보니까, 그것은 판결이 다 나오고 난 뒤에 작성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