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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공동체적 화합 보여주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서울올림픽의 장엄한 개막식 팡파르가 울려 퍼질 날도 이제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서81 9월30일 서독 바덴바덴에서 전세계의 이목의 주시리에 「서울」이라는 감격적인 한마디가 터져 나온 이래 우리는 7년 세월을 밤낮없이 서울올림픽의 완성을 위해 달러왔다. 우리 국민 모두는 서울올림픽이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 속에서 동서 지구가족 전체가 모여 벌이는 한마당 큰 축제가 되기를 염원하여 왔다.
생각해 보라. 우리 역사에 있어서 이토록 한가지 일에만 7년 동안 온갖 정성을 다 기울여 온 것이 무엇이 있었던가. 없었다. 그만큼 서울올림픽은 우리가 주체가 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손으로 치러서 역사의 한 갈피 속에 영광스럽게 남겨져야할 한 장이다. 이제 우리는 민족의 제전으로부터 세계 속의 태평양시대를 구가하는 아시아의 제전을 성공리에 2년 전에 마치고, 다시 세계 속의 한국을 우뚝 드러내는 올림픽이라는 세계의 제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신시 이래로 단군 할아버지께서 약속하신 홍익인간의 땅에 주어진 우리의 실천이다. 이 땅이 있으므로, 이 땅에서 우리가 역사의 모든 시련과 물 구비들을 넘겨왔으므로 맞이하게 된 기쁨이다.
오늘이 있기까지 7년간을 되돌아보면 비난의 소리가 적지 않았다. 외채 4백억 달러나 되는 나라에서 올림픽을 치른다는 것은 시기상조요 과욕이라는 여론도 들끓었다. 대학가나 야권에서 올림픽을 당장 반환하라는 비난도 드세었다. 체육공화국이라 할 정도로 제5공화국은 모든 일을 프로야구다, 뭐다 하여 시국과 관련된 국민의 관심을 체육 쪽으로만 돌리려고 한다는 야유도 있었고, 툭 하면 올림픽을 내세워 인내를 강요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올림픽을 치러야 되는 국가로서의 아픔도 있었다. 통일된 국가로서가 아니라 분단국가로서 올림픽이란 한쪽만의 축제요 행사이기 때문이다. 동서이데올로기의 상층으로 말미암아 절름발이 올림픽이라는 평을 받아야했던 LA올림픽 등 역대올림픽을 탈피하여 사상최대규모인 1백61개국 1만4천 여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동서화해의 축제를 개최하면서도 6천만 민족공동체로서의 한마당이 아니라는 부끄러움과 아픔도 있다.
오히려 같이 축하하고 박수 쳐야 할 북한이 혹시나 테러를 자행하지 않을까 남달리 신경 써야 하는 분단의 아픔도 있다.
또 눈만 뜨면 각종신문이나 TV 등 매스컴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보도하는「날짜세기」 때문에 하루바삐 올림픽이 끝나야지 시끄러워서 못살겠다는 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것저것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인 면들을 들춰내자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어 올림픽을 한달 앞둔 우리의 입장에서 실용적이며 철저한 현실인식의 바탕 위에서 올림픽을 과연 어떻게 치러야 할 것인가를 마음 깊이 가늠해 보고, 또 대국적인 입장에서 폭 넓은 시야로 민족의 미래를 점쳐볼 필요가 있다.
공식통계에 의하면 올림픽에 쏟은 돈이 2조4천5백여 억 원이나 되고 경기운영에 소용되는 인원만 해도 8만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더욱이 올림픽은 단순한 체육의 축제만이 아니다. 50일간에 올림픽 문화예술축전이 곁들인다. 세계 80여 개국 3만 여명의 예술인들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이 자리에서 이데올로기와 빈부의 격차를 초월하여 인류는 모두 한가족이라는 문화축제를 연다.
「스피노자」는 『내일 비록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은 사과나무를 심겠다』고하여 미래지향적인 인간이 가장 인간다움을 말했지만 우리는 지금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어서 7년을 기르고 한달 만 있으면 좋은 사과 알들을 수확할 입장에 있다. 역사에 보면 아름다운 이 조국 강산이 왜놈의 말발굽에 의해 초토화되던 임진왜란 7년 전쟁도 꿋꿋이 이기고 일어선 저력 있는 민족이 우리가 아닌가.
서울올림픽을 위하여 국민모두가 7년의 세월을 준비하고 기다려왔다. 어차피 결정되고 치러질 올림픽이라면 굳이 한 달을 못 참아서 우리가 들인 막대한 노력과 경비를 헛되이 해서는 안될 것이다.
흑자 올림픽을 치름으로써 각종 경기장들을 철저히 잘 이용하여 국민보건을 향상하는 장소로 만들어야 하겠고, 경제인은 경제인들대로 우리가 선진국대열에 들 수 있는 발판으로 삼아야함은 물론 무엇보다 질서와 안정된 사회변모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세계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으뜸 국민임도 보여줘야 한다.
특히 나로서는 지난 아시아대회 때 탁구게임을 잊을 수 없다. 관람하는 모든 국민이 한마음으로 일치단결 하여 열렬히 응원하던 감격적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이번 서울올림픽에서 가장바라는 것이 있다면 세계인들에게 국민공동체적 화합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한마음 한뜻만 된다면 안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서울올림픽으로 인해 모아진 힘이 요즈음 한창 논의되고 있는 남북통일의지로 모아져서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힘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강우식·시인·성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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