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크레인 8대 '폭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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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태풍 '매미'가 남부지방을 강타하면서 울산지역의 SK㈜와 에쓰-오일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부산항 컨테이너부두의 대형 크레인이 전복돼 수출입 화물처리에 차질을 빚는 등 산업계 피해가 속출했다.

현대중공업에서 건조 중이던 20만t급 원유정제 저장운반선이 강풍에 2백m 떠내려가 인근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 중이던 3만7천t급 석유화학운반선(PC선)과 부딪쳐 수백억원의 피해가 났다.

?유화업계 큰 피해 = 울산 미포공단의 SK㈜는 13일 오전 4시쯤 정전으로 60여개의 공장 가운데 정유공장 네 곳과 중질유 분해공장 두 곳의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직원 1천여명이 출근해 피해 복구에 나섰으나 정상 가동은 16일 오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액은 50억~6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SK㈜ 정수호 부장은 "재고 물량이 충분한 데다 생산 설비에 이상이 없어 제품수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 52만5천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에쓰-오일 온산공장도 12일 오후 10시부터 1시간 동안 정전돼 정유공장과 자이렌센터 등 공장 9개가 완전히 멈춰섰다. 회사 관계자는 "공단에 전력을 공급하는 처용 변전소에 이상이 생겨 자체 설비로 5분간 비상 발전했으나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14일 오후 제품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나 완전 복구까지는 1주일 정도 걸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저유소에 보관 중인 재고 물량을 내수용으로 돌리는 등 긴급 대처에 나섰다. 이밖에 여수산업단지의 금호미쓰이화학.대성산소.LG석유화학 등 3개사도 단전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부산항 선적 차질=부산항의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크레인 11기가 전복되거나 선로에서 벗어나는(궤도이탈) 피해를 봐 수출물량 처리에 차질이 예상된다. 지난 12일 오후 9시쯤 강풍에 신감만부두의 대형 크레인 7기 중 6기가 쓰러지면서 망가져 선적.하역작업이 완전히 중단됐다. 자성대부두도 12기 중 2기가 전복되고 3기는 궤도이탈해 부두 절반의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다.

자성대부두는 부산항 전체 물량의 16%, 신감만부두는 9% 가량을 처리하고 있어 부산항 물량의 15% 정도는 차질이 예상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궤도이탈 크레인을 복구해도 10% 정도의 선적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부두운영사와 부산해양수산청 등은 소형 크레인을 사용하고 다른 부두를 이용하는 등의 대책을 검토 중이나 시설의 여유가 거의 없는 데다 새 크레인 제작에 최소 10개월이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상우.김창우 기자 <swkim@joongang.co.kr>
사진=송봉근 기자 <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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