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교도소' 첫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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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고령 재소자만을 수용해 '맞춤형 교화'를 실시하는 실버교도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북 경주에 등장한다.

법무부 교정국 송인섭 사무관은 17일 "사회적 약자인 고령 재소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다음달 말 포항교도소 개소에 맞춰 경주교도소를 65세 이상 남성 재소자만을 수용하는 전담기관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성별.연령 기준에 따른 전문 수형 시설로는 소년시설과 청주여자교도소가 있다. 전국 교도소에 수용돼 있는 고령 재소자는 200여 명으로 대부분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경주교도소를 실버교도소로 지정한 것은 비교적 기후가 따뜻한 지역인 데다 교도소의 벽이나 담장이 다른 교도소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경주시 내남면 용장리 남산 자락에 있는 경주교도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수용거실(속칭 감방)에 고령자가 이용하기 편리한 좌변기와 샤워시설.싱크대 등을 갖춰 올 하반기에 실버교도소 문을 열기로 했다.

또 실내 난방시설을 개선하고 오락시설 등 문화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고령자가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보행공간도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재소자 1인당 수용거실 면적을 지금의 0.75평에서 2.4평 규모로 넓히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고령 재소자에게 적합한 교정 프로그램도 시행된다. 1973년 문을 연 경주교도소는 그동안 초범 위주의 재소자와 미결수를 수용해 왔다.

이곳은 90년대 사노맹 사건으로 구속됐던 박노해 시인과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옥고를 치른 열린우리당 김근태 최고위원 등이 수형생활을 하는 등 시국사건과도 인연이 깊었다.

경주=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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