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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원대도 데이터 무제한 … 요금제 빅뱅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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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KT가 30일 월 4만9000원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데이터 제공량도 통화·메시지처럼 무제한으로 바뀌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통3사, 통신비 압박에 파격 대응 #KT, 용량 제한 없이 속도만 차등 #로밍도 국내 요금으로 1초당 부과 #SKT 회원 할인 한도 폐지 이어 #LGU+도 최근 무제한 로밍 서비스

KT가 이날 선보인 ‘데이터온(ON)’ 요금제는 월정액 요금과 상관없이 데이터 이용량 한도를 완전히 없앴다. 데이터 제공량에 따라 3만원대부터 10만원대까지 총 아홉 가지로 나뉘어 있던 기존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톡(4만9000원)·비디오(6만9000원)·프리미엄(8만9000원) 등 세 가지로 단순하게 바꿨다. 2015년 5월 이통 3사가 일제히 통화·문자는 무제한 제공하되 데이터 이용 한도별로 요금을 구분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다. 이제는 더 나아가 데이터 제공량도 무제한으로 바뀌는 것이다.

가장 저렴한 ‘톡’ 요금제 이용자도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다만 데이터 사용량이 3GB를 넘으면 속도가 1Mbps로 줄어든다.

이날 서울 광화문 KT스퀘어 기자간담회에서 박현진 KT 유·무선사업본부장(상무)은 “1Mbps도 메신저나 인터넷 서핑을 할 때 지장이 없는 속도”라며 “SD(표준화질)급의 영상은 무리 없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월 6만9000원의 ‘비디오’ 요금제는 한 달에 100GB 이상을 쓰면 5Mbps로 속도가 줄어든다. 기존 ‘데이터 선택 65.8’ 요금제(월 6만5890원)가 한 달에 데이터 10GB를 제공하고 그 이후에 속도 제한이 생겼던 것과 비교해 본다면 속도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데이터 제공량이 10배 늘어난 셈이다. 종전 월 3만2890원과 월 4만3890원 요금제는 한 달에 데이터를 각각 300MB, 2GB밖에 쓸 수 없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장 비싼 월 8만9000원의 ‘프리미엄’ 요금제는 데이터 이용 한도와 속도 제한이 아예 없는 ‘완전 무제한’ 요금제다.

LG유플러스가 지난 2월 출시한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월 8만8000원)도 속도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스포츠 경기나 영화를 보는 사람이 많아지는 등 데이터 수요가 늘자 통신사들이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잇따라 출시하는 것이다.

이번에 KT가 저가 이용자들을 겨냥해 내놓은 ‘LTE베이직’ 요금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보편요금제와 비슷한 구성이다. 월 3만3000원에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매월 1GB의 데이터를 준다. 남은 데이터를 다음달로 이월할 수도 있고, 다음달 데이터를 앞당겨 쓸 수도 있다.

선택 약정 할인을 받으며 LTE베이직 요금제를 쓰면 월 2만4750원만 내면 된다. 정부의 보편요금제 추진안(월 2만원대, 데이터 1GB·음성 200분)보다 혜택이 더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정부가 도입하려는 요금제와 상관없이 가입자의 이용 성향을 분석해 만든 요금제”라고 설명했다. 이통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SK텔레콤·LG유플러스도 비슷한 혜택·요금의 요금제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굳이 보편요금제 출시를 법안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목소리에 힘이 더 실릴 것으로 보인다.

KT는 이번에 해외 로밍 서비스 요금도 대폭 손질했다. 우선 1분 단위로 과금했던 요금을 1초당 과금으로 바꿨다. 61초를 통화해도 2분어치를 과금하던 것을 61초 사용한 부분에 대해서만 과금하게 되는 식이다. 또 30일부터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로밍 국가의 음성통화 요금에 국내와 똑같은 1초당 1.98원을 적용한다. 기존 로밍 요금 대비 최대 95% 저렴해졌다. 또 200kbps 속도로 해외에서도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는 ‘데이터 로밍 하루 종일 톡’ 요금도 하루 7700원에서 3300원으로 절반 가격이 됐다.

올해 들어 이통사들은 파격적인 요금 인하 대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멤버십 연간 할인 한도 폐지 ▶매일 로밍 통화 3분 무료 제공 ▶약정 할인 반환금 유예 제도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도 속도·용량에 제한이 없는 데이터 요금제와 새 해외 로밍 요금제를 연거푸 도입했다. 이통사들이 앞다퉈 요금 할인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가 ▶선택 약정 할인율 25%로 상향 ▶노인·저소득층 요금 감면 ▶보편요금제 도입(규제개혁위원회 통과)안을 밀어붙이자 통신사들은 “우리가 알아서 통신비 인하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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