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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특검팀이 말하는 '특검의 아킬레스건'…안개 속 '드루킹 특검'의 향방은?

중앙일보

입력

법적 토대 마련된 '드루킹 특검'…특검 '아킬레스건' 극복할까 

'드루킹 특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거쳐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도 통과됐다. 드루킹 특검은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7월쯤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강정현 기자]

'드루킹 특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거쳐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도 통과됐다. 드루킹 특검은 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7월쯤 공식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강정현 기자]

드루킹 특검은 '특검 무용론'을 불식시키는 성공한 특검이 될 수 있을까. 드루킹 특검법은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를 거쳐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특검 후보 선정과 사무실 마련 등 실무적인 준비 작업을 제외하면 특검 출범을 위한 법적인 토대가 완성된 셈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등 '살아있는 권력'이 수사대상에 오른 탓에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그 성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역대 13번째 ‘드루킹 특검’ 국무회의 통과 #지방선거 이후인 7월 공식 출범할 듯 #박영수 특검팀 ‘국정농단 특검법 해설’ 발간 #수사범위·인력구성의 한계는 여전 #“특검팀 합류는 ‘독이 든 사과’”

드루킹 특검법은 그 내용과 형식이 앞선 12번의 특검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특검팀의 발목을 잡았던 특검법상의 문제들이 이번 드루킹 특검에서도 재현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드루킹 특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역대 특검 중 최고의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 박영수 특검팀에선 지난 28일 '특검 백서'를 배포해 ▲수사 범위 ▲인적 구성 ▲공소 유지 ▲정치적 외풍 등 특검법상의 4대 아킬레스건을 지적했다. '국정농단 특검법 해설'이란 제목의 이 책에는 박영수 특검팀이 지난 1년 6개월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의 수사ㆍ공소를 거치며 체득한 특검법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이 담겨 있다

드루킹 특검의 최대 난관은 '수사 범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28일 배포한 '국정농단 특검법 해설' [중앙포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28일 배포한 '국정농단 특검법 해설' [중앙포토]

박영수 특검팀이 이 책을 통해 지적한 특검법상의 맹점 중 하나는 '수사범위'의 문제다. 대부분의 특검은 특검법상 수사대상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수사도중 추가로 발견한 의혹사건을 수사대상에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박영수 특검팀 역시 수사기간 내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과 우병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의혹 등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주장에 시달렸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예비후보는 지난 18일 "김경수 후보가 매크로를 통한 댓글조작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드루킹 주장에 대해 "3류 소설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부인했다. [연합뉴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예비후보는 지난 18일 "김경수 후보가 매크로를 통한 댓글조작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드루킹 주장에 대해 "3류 소설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부인했다. [연합뉴스]

드루킹 특검에서는 김경수 후보와 청와대가 수사대상이 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은 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경찰 수사 초기부터 사건 자체가 정치 쟁점화됐다. 또 현직 청와대 인사인 백원우·송인배 비서관과 드루킹 김씨의 접점이 드러난 만큼 현 정부 핵심 실세들이 대거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여야가 합의한 드루킹 특검의 수사범위는 드루킹의 여론 조작 행위와 불법행위에 더해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 포함됐다. 문제는 ‘관련 사건’이란 표현이 해석상 논란의 여지를 낳는단 점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드루킹의 여론 조작 행위와 관련한 의혹 사건만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김경수 후보와 청와대 인사 등 사건에 연루된 관계자까지 모두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압수수색 위한 근거 마련해야”

지난해 2월 양재식 특검보(왼쪽)과 박충근 특검보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하기 위해 청와대 연풍문 앞에 내리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해 2월 양재식 특검보(왼쪽)과 박충근 특검보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하기 위해 청와대 연풍문 앞에 내리고 있다. [김성룡 기자]

드루킹 특검팀이 청와대를 수사대상에 올린다 해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벌일 수 없다는 점도 특검법의 한계로 꼽힌다. 과거 박영수 특검팀 역시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 일부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공무상 비밀에 관한 자료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는 것은 형사소송법 제 100조 제2항 등에 따라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다는 논리를 깨지 못했다.

드루킹 특검에서도 청와대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경찰 수사 결과 백원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드루킹의 요청에 따라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된 도 모 변호사를 면담했고, 송인배 청와대 부속비서관 역시 드루킹을 4차례에 걸쳐 직접 만났고 200만원의 사례비를 받는 등 접점이 드러난 상태다.

“겸직금지의무 조항은 개인적 희생 강요”

특검법에서 규정하는 ‘겸직 금지 의무’로 인해 특검팀 소속 변호사 중 재판을 담당(공소 유지)하는 인력은 사건 수임은 물론 이윤 추구 행위가 불가능하다. 파견 변호사들이 겸직 금지 의무 조항을 특검법의 ‘독소 조항’으로 꼽는 이유다.

박영수 특검팀은 이에 대해 “공소유지기간 중 겸직금지의무는 뛰어난 수사력과 공소유지에 대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는 인재들이 특별검사 등에 임명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더욱이 1심이나 2심 재판에서 구속 피고인이 석방된 사건의 경우엔 재판 기한의 제한도 없는 실정이어서 재판 종료일을 예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까지 하다”며 “제3심(대법원 판결) 기간 중에는 특검의 영리행위 등 겸직 금지를 강제할 필요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대형 로펌에서 중요 사건들을 수임하며 몸값을 높여 온 검찰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들 입장에서 특검팀 합류는 ‘독이 든 사과’란 평가가 나온다. 수사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성과를 내더라도 2년 안팎의 공소 유지 기간 동안 사건 수임을 하지 못해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특검보 출신 변호사는 “특검과 특검보는 공무원에 준해 월급을 받긴 하지만 평소 변호사로써 벌던 수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공명심을 위해 특검에 합류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금전적으로 쪼들리다 보면 특검에 대한 애정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겸직 금지 의무 조항은 드루킹 특검의 ‘후보 인력난’을 야기한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변협에 특검 후보로 추천된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 상당수는 후보로 거론되는 것조차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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